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에서 공개하는 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 성곽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수원 화성 안에 있었던 연못 일부가 내년부터 복원된다.

2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사적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수원 화성 안에 있는 하남지(下南池)를 복원·정비하는 안건을 심의한 뒤, 조건부 가결했다.

하남지는 남쪽 연못 즉, 남지로 지칭되는 연못 2곳 중 하나다.

위원회는 "2025년부터 하남지를 부분 복원하는 계획을 시행하되, 추후 수원화성 물길과 연계해 원형을 복원하는 사업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수원시정연구원이 2015년 펴낸 '수원화성 옛 물길 수변시설 복원계획' 보고서 부분 캡처 [수원시정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분 복원 공사는 2029년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그간의 발굴 조사 결과와 문화유산 구역 범위,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해 경기 수원시 측과 협의해 먼저 부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원 화성은 조선 정조(재위 1776∼1800)가 조성한 성곽 도시이자 계획 신도시다.

강력한 왕도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공간으로 1794년 공사를 시작해 1796년에 완성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수원 화성을 조성한 경위와 과정, 각종 의식을 기록한 종합 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따르면 화성 안에는 모두 5개의 연못이 있었다고 전한다.

연세대가 소장한 화성성역의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쪽과 남쪽, 동쪽에 각각 있었던 연못은 팔달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작은 개울물과 성 바깥에서 유입되는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남지로 지칭되는 연못 2개는 각각 상남지, 하남지라고 불렀다.

상류에 있었던 상남지는 화성 축성이 시작된 1794년 3월 14일에 파기 시작해 4월 1일에 완성했고, 하남지는 1796년 7월 7일부터 27일까지 공사했다.

의궤 기록을 보면 하남지는 너비 40보(1보는 1.178ｍ로 약 47.12ｍ), 길이 60보(약 70.68ｍ) 규모로 지었으며, 가운데에는 섬이 2개 있었다고 한다.

수원시정연구원이 2015년 펴낸 '수원화성 옛 물길 수변 시설 복원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남지는 수원 화성의 배수 체계를 잘 드러내는 중요한 시설로 평가된다.

수원시정연구원이 2015년 펴낸 '수원화성 옛 물길 수변시설 복원계획' 보고서 부분 캡처 [수원시정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시 측은 "수원 화성 내 연못은 도시를 관리하고자 조성한 물길"이라며 "하남지는 1796년 화성이 완성됐을 시기에 휴식 공간이자 경관 감상 목적으로 기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굴 조사를 진행해 하남지의 서쪽 외곽 경계와 2개의 섬이 있었던 흔적을 확인하고 복원·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 하남지 일부만 문화유산 (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섬 하나는 온전하게 확인했고 나머지 섬은 3분의 2정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와 '화성성역의궤' 자료를 토대로 옛 모습을 부분적으로 되살릴 예정이다.

[수원특례시 화성사업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못 안팎에는 학술 고증을 거쳐 소나무, 연꽃, 버드나무 등도 심는다.

복원·정비 공사를 하는 공간은 약 1천96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남지 원형을 완전하게 복원하는 데는 검토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

수원시는 2010년 수원 화성 일대의 문화유산 구역을 확장하고 복원·정비에 필요한 지역 토지를 매입했으나, 원형을 되찾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수원시 측은 "현재 문화유산에서 가능한 범위와 형태로 하남지를 부분적으로 복원한 뒤, 향후 수원 화성의 수(水) 체계 회복과 더불어 원형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에서 공개하는 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