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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면하려 피해자 무시 '기습공탁'…"형량 반영 제한해야"
기사 작성일 : 2024-12-03 12:00:35

대법원


[ 자료사진]

황윤기 기자 = 가해자의 형사공탁이나 범죄 피해자 구조금 변제 등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행된 경우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처벌을 모면하려고 피해자의 뜻과 무관하게 몰래 법원에 공탁하는 '기습공탁'을 둘러싼 문제는 그동안 법조계에서 자주 지적돼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전날 오후 개최한 '피해자와 양형'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후 구상권을 행사해 가해자가 채무를 변제하면 법원이 이를 가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참작해 유리한 양형 참작 사유로 인정하는 판결이 범죄피해자와 유족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범죄피해자의 헌법상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피고인이 국가에 대해 자신의 법령상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양형기준에서 정한 '피해 회복'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범죄피해자 구조금이란 범죄로 사망, 장해,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뒤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제도다.

의정부지법 유형웅 판사도 "피해자의 심리적인 요소가 결여된 채 피해만 금전으로 변상됐다는 사정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하는 것은 민사와 형사가 미분화된 전근대적인 면모"라며 "합의를 '양형 사유의 여왕'으로 취급하는 종래의 양형 실무에도 다소간 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른바 '기습 공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형사공탁 특례제도에 대한 개선 의견도 나왔다.

형사공탁이란 피해자가 나중에 수령할 수 있도록 가해자가 법원에 공탁금을 맡기는 제도인데, 일부 피고인이 판결 선고 직전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맡겨 양형에 유리한 사유로 반영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수원지검 김자은 검사는 "피해자가 형사공탁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명시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위 '돈으로 형량을 거래'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조정민 부장판사도 "공탁금이 수령되거나 수령 의사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탁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하여 노력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심리 결과 참작할 사정이 밝혀지면 제한적으로 참작하는 형태를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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