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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기사 작성일 : 2024-12-06 14:00:01

서미숙 기자 =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이 혼란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대출 규제로 거래가 급감하고 관망세가 확산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게 되면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모습 [ 자료사진]

◇ 2016년 탄핵 당시 11·3 수요규제 겹치며 실거래가 하락…'기각'된 2004년은 별 영향 없어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혼란했던 지난 2016년 11월은 정치적 불안정 외에도 정부가 청약시장 안정을 위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수요조절 대책을 본격화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고, 탄핵 심판이 결정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전국의 주택가격은 0.15%, 서울은 0.31% 상승하는 등 통계상 큰 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매수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분양권 전매 여파로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특히 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두 달 동안 전국이 각각 0.33%, 0.31% 하락하고 서울이 각각 0.60%, 0.28%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탄핵이 기각되긴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결의됐던 2004년 3월부터 5월까지의 주택가격은 전국이 0.12%, 서울이 0.39% 올라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관리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태에서 국정 혼란과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휩쓸리면 주택시장의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했는데,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거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지난 9월 3천126건으로 전월(6천490건) 대비 반토막이 났고, 11월 거래량은 현재까지 2천256건이 신고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번주 강동구의 아파트값은 -0.02%를 기록하며, 올해 3월 말(-0.02%) 이후 약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1월 들어 거래는 없어도 9월 이후 한동안 관망하던 매수자들의 문의가 있었는데 3일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후로는 매우 조용해졌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 매매가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황광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11원 이상 오른 1,41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4.12.4

◇ 정국·금융시장 혼란 장기화시 시장 위축 불가피…1기 신도시 등도 관망

선도지구 지정 호재로 들떠있던 1기 신도시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단은 관망하는 모습이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선도지구로 지정된 우성·현대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데 거래가 별로 없고,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삼성·한신도 당장 가격이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다만 비상계엄 사태로 당장은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산 강촌마을의 한 공인중개사도 "탄핵 정국으로 가더라도 신도시 정비사업은 여야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것인 만큼 재건축이 중단될 가능성은 작겠지만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며 "재건축도 집값이 뒷받침돼야 사업성이 있는데 거래가 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 현 정부가 추진하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규제 완화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건설업계는 분양 시장에 악영향을 줄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당장 12월에 전국적으로 분양 예정인 물량은 약 30개 단지, 2만2천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주 내 분양계획이 잡힌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분양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도 분양계획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등 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내년 분양 사업장을 포함해 사업 계획을 짜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 시장 불안이 확산할 경우 건설산업 전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시장의 움직임은 정치적 불안 요인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정국 불안이 당장 부동산 시장 등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혼란이 장기화해 불확실성이 커지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연말까지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봤는데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매수 심리는 더 얼어붙을 것 같다"며 "최근 실거래가 약보합 기조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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