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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 한강, 50일 만에 공개석상에…"축하 안 한 건 아니에요"
기사 작성일 : 2024-12-07 02:00:57

한강, 스톡홀름에서 취재진과 첫 만남


(스톡홀름=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이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스톡홀름= 정빛나 특파원 황재하 기자 = "제 가족들이 너무 크게 잔치를 하겠다고 해서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와전돼 '축하하고 싶지 않다'고 알려져서 당황했어요."

6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공식 기자간담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 한강이 멋쩍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자 좌중에 조용히 미소가 번졌다.

10월 10일 수상자로 선정된 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온 한강은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유의 침착하면서도 솔직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강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 이후 약 50일 만이다.

한강은 한 스웨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노벨상 축하'를 언급했다.

이 기자는 "수상 소식을 듣고도 세계적인 상황 때문에 축하하는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오늘까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고, 이에 한강은 "축하하고 싶지 않다고 한 건 아니고 조금 조용히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강이 노벨상 수상 소식에도 축하하지 않았다는 오해는 10월 수상자 발표 직후 그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발언과 관련돼 있다.

한승원 작가는 당시 "(한강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말했다.


거울에 비친 기자회견


(스톡홀름=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이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이 거울에 비치고 있다. 2024.12.6

한강은 시종 진지함과 소탈함을 오가며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기자간담회를 막 시작하려던 중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리자 한강은 "제 거네요"라고 머쓱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청소년 유해도서 지정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질문한 범위를 넘어 작품에 관해 상세하게 해설하는 등 진지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자간담회는 질문은 영어로, 답변은 한국어로 이뤄졌으며 통역가가 한 작가의 한국어 답변을 영어로 전달했다.

통역가가 답변을 열띤 어조로 전달하자 한강은 "굉장히 낙천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며 소탈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통역가에게 한강은 "그럴 것 없다"며 "당신이 낙천적이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평소 영어로 인터뷰하기도 하는 한강은 이날 영어 질문을 한국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거의 다 생략하고 바로 답변했다. 일부 질문에는 직접 영어로 답변하거나 통역이 다소 부정확한 경우 영어로 정정해서 말하기도 했다.


밝은 표정의 한강


(스톡홀름=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이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이 자리에는 총 80여개 매체 소속 언론인이 참석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 기자들이었다. 스웨덴과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취재진도 다수 참석했다.

간담회 시작 1시간 30분 전인 오전 11시 30분께부터 취재진이 현장에 속속 도착했고 나중에는 행사장에 마련된 100여석이 거의 가득 찼다.

한강은 검은 정장과 검은 구두 차림에 금속 테 안경을 착용했다. 40여분 동안 진행된 질의응답 내내 평소와 같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한강 기자간담회장 앞 1인시위


스웨덴 교민 성모 씨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은 이날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독자 제공]

기자간담회가 열린 노벨상박물관 정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입간판을 든 1인 시위가 열렸다. 스웨덴 교민인 성모 씨는 "계엄령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강 작가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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