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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불사조' 아사드, 먼발치 '두 전쟁' 유탄에 몰락
기사 작성일 : 2024-12-08 20:00:56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CG)


[TV 제공]

임화섭 기자 = 반 세기에 걸쳐 대를 이어 집권하며 '중동의 불사조'로 불렸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먼발치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7일(현지시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전쟁, 시리아의 운명을 바꾸다'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대대적인 공세를 통해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속속 점령해온 시리아 반군이 8일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장악하면서 철권 통치를 이어온 알아사드 정권은 속절 없이 무너졌다.

CNN은 "급격히 바뀐 아사드 정권의 운명은 시리아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 남부와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정해졌다"며 "러시아 공군과 이란의 대리세력 헤즈볼라라는 '목발'이 없는 상태에서 떼밀리자 그냥 쓰러져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이스라엘이 지난 10월 초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군 투입 공격을 시작했을 때 알아사드의 운명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그의 운명이 이미 이때 결정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마찬가지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중동 동맹국들을 지켜내기 위한 제트기나 병력이 별로 남지 않게 되리라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소모전이 지속되면서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가 반군에 함락되기 전날인 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시리아 내 러시아군 기지 유지 전망에 대해 "전망이 어떠냐고? 추측은 할 수 없다. 우리의 일은 추측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은 라브로프의 이 발언에 대해 "든든하고 능력 있는 보증자가 아니라, 접시돌리기를 하다가 바닥으로 접시가 떨어지는 것을 보는 지역 강국의 언어"라고 평했다.

한동안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친구였지만 최근 6개월간 이스라엘과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힘이 빠진 탓에 도와줄 여유가 없어졌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 이스라앨의 '삐삐 공격'으로 조직에 결정적 타격을 당했다.

손발이 묶인 이란은 말로는 알아사드 정권을 돕겠다고 했으나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와 함께 "(반군에) 맞서기 위한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는 공동성명서를 낸 정도가 이란이 취한 행동의 다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정권이 가장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후원자인 이란이 나가버렸다"고 논평했다.

이란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가 함락되기 이틀 전인 지난 6일 시리아에 파견했던 주둔군과 외교관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알아사드 대통령은 그 다음날인 7일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NYT는 "이란은 가장 가까운 아랍 동맹인 알아사드를 버린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40년에 걸쳐 시리아에서 만들어내고 유지하려고 싸웠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협력이 붕괴함에 따라 중동에서 힘의 균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이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예멘에 만들어둔 친이란 무장조직들 사이의 '저항의 축'은 약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이란이 이들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는 경로가 시리아였기 때문에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우방국들 사이의 관계는 강화될 전망이라고 NYT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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