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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시리아 반군 승리에 반색…영향력 확대 '기회'
기사 작성일 : 2024-12-09 00:00:58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튀르키예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 김동호 특파원 =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일부 세력을 지원한 튀르키예는 8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다는 소식에 반색했다.

튀르키예로선 자신이 지원한 반군이 승리에 기여하면서 인접국 시리아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커진 데다, 자국에 수용 중인 수백만명의 시리아 난민 문제를 해결할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로이터,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 장관은 이날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서밋에서 "시리아는 시리아 국민이 자국 미래를 형성할 단계에 도달했다"며 "오늘날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피단 장관은 "테러리스트 조직이 이 상황을 이용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시리아는 이웃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리아) 행정부가 질서있게 수립돼야 하고, 포용성의 원칙이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되며 복수에 대한 갈망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단 장관은 "튀르키예는 시리아 영토 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튀르키예는 시리아 재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웃 국가 및 새 행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내전 동안 고국을 등져야 했던 시리아인 수백만명이 이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이들의 귀국을 돕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세중이던 반군에 지난 6일 "이제까지는 이들리브, 하마, 홈스였고 물론 목표는 다마스쿠스"라며 "사고나 재난없이 계속 진군하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튀르키예는 국경을 맞댄 시리아와 군사·안보 측면에서 밀접하게 얽혀 있다.

반군의 승리로 일단 중동의 주도권을 두고 사안에 따라 협력·경쟁했던 이란에 대해 시리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란은 아사드 정권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이란과 튀르키예는 경제적으로 밀접하고 인력 교류도 활발하나 역사적으로는 종종 불화했다. 이스라엘, 쿠르드족에 대해선 양국이 적대적 입장이 같지만 시리아에선 서로 대립했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시리아에서 튀르키예의 영향력이 커지면 튀르키예로선 이란·시리아발 안보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또 자국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압박하기 위해 시리아 북서부 접경지에서 군사행동을 벌이며 알아사드 정권과 반목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튀르키예는 북서부의 일부 반군 단체를 지원하며 PKK 등을 견제하려 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계 반군이 사실상 PKK의 분파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쿠르드계 반군이 직·간접으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같은 나토 회원국인 미국과 튀르키예가 갈등하는 불씨가 되기도 했다.

양국의 공적인 알아사드 정권이 사라졌으나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친튀르키예 반군이 승리하면서 미국의 대시리아 정책에 튀르키예는 주요 변수가 됐다.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관계 변화도 주목해볼 만하다.

러시아는 2016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 타르투스에 러시아 해군의 유일한 지중해 기지가 있을 만큼 아사드 정권의 주요 후원자였다. 러시아는 반군의 진격에 7일 이 기지에서 철수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적군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튀르키예가 중재자로 역할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다.

이같은 복잡한 위치인 튀르키예는 반군의 승리로 미국, 러시아, 이란이 뒤섞인 시리아에서 판도 설정을 주도하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정식으로 등록된 시리아 난민은 지난달 기준으로는 481만7천명이며, 튀르키예에만 61% 정도인 293만8천명이 있다.

튀르키예는 이 난민이 유럽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며 유럽연합(EU)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기도 했지만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을 안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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