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 정권 몰락에 환호하는 골란고원의 드루즈파 주민
(마즈달 샴스 AFP= 8일(현지시간) 골란고원내 이스라엘 점령지인 마즈달 샴스의 드루즈파 주민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붕괴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2024.12.8
황철환 기자 = 시리아를 철권통치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그간 '화약고 완충지'로 이스라엘과 맞닿아 있는 골란고원 주민 사이에서는 본국 반환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간 이곳을 점령해온 이스라엘은 즉각 탱크를 전진 배치하고 재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AFP와 AP 통신에 따르면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인 마즈달 샴스 마을에선 아사드 정권의 몰락 소식에 주민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마을내 스피커들에선 애국적인 가사의 시리아 노래가 연이어 재생됐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간 접경지이자 군사 요충지인 골란고원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80%를 점령해 현재까지 실효 지배 중이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에 이스라엘인을 강제 이주시키는 등 장악력을 강화하려 해왔다.
이곳에 사는 드루즈파 시리아인들은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골란고원에도 마침내 평화가 올 것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AFP는 전했다.
드루즈파는 레바논과 시리아, 이스라엘 등에 퍼진 이슬람 소수종파다. 이스라엘에는 약 15만명의 드루즈파 주민이 살고 있고 대다수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병역까지 수행한다.
하지만 골란고원의 드루즈파 주민 일부는 수십년이 지나도록 이스라엘 시민권 취득을 거부한 채 스스로를 시리아인으로 여겨왔다.
아사드 정권에 의해 가까운 친척이 투옥·피살되는 아픔을 겪었다는 마즈달 샴스 주민 알라 사파디(52)는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골란고원에 평화가 오고 시리아와의 물리적 장벽이 무너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년내에 자유롭게 다마스쿠스의 카페로 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장갑차량이 보안장벽을 넘는 모습
(마즈달 샴스 AP=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장갑차량이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인 마즈달 샴스에서 보안장벽을 넘어 시리아와의 완충지대에 진입하는 모습. 2024.12.8
또다른 주민 라야 파헤르 알딘(42)은 "우린 시리아와 분리돼 있지 않다. 우리는 거기에 친척들이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일부는 골란고원이 이스라엘의 지배에서 벗어나 다시 시리아 땅이 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샤하디 나스랄라(57)는 AP 통신에 "현재 우리는 골란고원이 시리아에 반환되길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 우리는 57년간 큰 희망을 갖고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주민 야세르 한자르(46)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2019년 1기 재임 당시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해준 데 반발하며 여전히 시리아 영토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샤르 알아사드의 몰락에 기뻐하는 이유다. 그는 골란의 해방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반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인 이날 골란고원 점령지를 찾아가 "이란 '악의 축'에서 핵심 고리였던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다"며 "중동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제 군에 (시리아 국경의) 완충지대와 인근의 우세한 위치를 장악하라고 지시했다"며 "어떤 적대세력도 국경에 주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탱크와 장갑차가 이날 골란고원으로 진입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이스라엘인이 사용하는 식수의 상당부분을 공급하는 주요 수원지다.
이스라엘은 1967년 골란고원 대부분을 점령했다. 1973년 재차 전쟁이 벌어진 이후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휴전협정을 맺고 이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