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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文정부 선관위원도 '체포' 명단에…尹, 부정선거 공상 빠져"
기사 작성일 : 2024-12-12 19:00:02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6일 공개했다. 2024.12.6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경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에 불신을 드러낸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프레임에 매몰돼 비상계엄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그간의 추측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지난해 선관위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 이후 드러난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 결과를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이번(비상계엄)에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갖고 있던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에 계엄군이 투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이 같은 주장을 펴왔다.

민주당은 계엄군이 지난 3일 밤 선관위에 들어간 계엄군이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하면서 "비상계엄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기획되고 실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라고 밝혔다.

여기에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체포 명단'에 문재인 정부 시절 중앙선관위 상임위원까지 포함됐다는 폭로가 더해지며 민주당은 이 같은 심증을 더욱 굳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 10일 제보를 통해 받았다며 공개한 체포 명단 14명에는 기존에 알려진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정치인에 더해 조해주 전 선관위원이 들어 있다.

조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장관급인 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냈다.

2022년 3월 대선이 치러지기 두 달 전까지 선관위원으로 있던 조 전 위원이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다면,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갖고 있던 부정선거에 대한 의구심을 이번 계엄을 통해 확인하려 한 물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당 일각에서 나왔다.


대국민 담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한상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1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6일 경기 의정부 지역 유세에서 "우리나라 선관위가 정상적인 선관위 맞나"라며 "아무리 썩어도 사법부, 언론, 선관위는 중립을 지키고 살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조 전 위원과 함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는데, 양 전 원장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의심을 산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사실상 선거 전략을 총괄했다.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는 최근 '뉴스타파'에서 2021년 12월에 작성된 해당 캠프의 '부정선거 대책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양정철은 민주연구원장으로 중국 베이징서 공산당 당교와 교류 협약 체결→중국 개입설'이라는 내용이 있다. 즉 당시 윤 후보 측은 양 전 원장을 21대 총선 부정선거의 배후로 봤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 등의 주장에 심취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결국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극우 유튜버에 몰입돼 '부정선거'라는 공상의 세계를 현실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와 부정선거론자들을 선동해 국회 난입 폭력을 사주했다"며 "선전포고성 담화는 2차 계엄선포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행안위, 선관위 현장조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신정훈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1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선관위 투입된 것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마친 뒤 브리핑하고 있다. 2024.12.12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선관위를 방문해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과 관련한 상황을 점검한 뒤 선관위의 부정선거 대응 능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선관위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지난해 24억원, 올해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안 문제를 해소했고, 투·개표 결과 해킹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에서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제기된 부정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며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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