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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변수에 K유통·식품·화장품, 내년 경영전략 전면 재검토
기사 작성일 : 2024-12-17 08:00:06

성혜미 김윤구 전성훈 차민지 기자 =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권발 악재가 실물 경제 전반을 뒤흔들면서 환율과 내수 경기에 민감한 유통·식품업체들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내수 부진과 환율 급등,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해 내년 실적 방어를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최대 90일이 소요되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까지 불안한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각 그룹과 주요 기업들은 사업별로 변수와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따져보며 내년 경영전략을 보수적으로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금융시장 동향과 내수·거시 경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론을 제기한 정체불명의 지라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터라 내부적으로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한 경각심이 큰 상황이다.

롯데는 식품, 화학, 유통, 관광 등 사업 범위가 넓어 사업군별로 그에 맞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중이다.

롯데 식품군은 과도한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점을 반영해 원가 절감을 위한 생산 효율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달러로 상품을 수입하는 면세점도 실시간으로 환율 변동을 살피며 대책을 숙고 중이다.


탄핵소추안 통과에 환율은 어떻게 될까?


임헌정 기자 = 1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소비침체, 환율 등의 요인이 내수경기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2024.12.15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부재로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는 면세점으로선 환율 상승으로 내국인 고객의 구매가 급감해 매출과 수익성이 더 부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미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군 역시 내수 경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판촉 마케팅 강화, 기획 상품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신선·가공식품 수입이 많은 마트는 결제 화폐 변경, 수입선 다변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이 된 롯데케미칼[011170]은 일단 환율 변동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과 함께 수출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제조된 재고 상품의 경우 판매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가운데 그룹 안팎의 관심은 내년 1월 중순께 예정된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으로 모인다.

VCM에는 신동빈 그룹 회장과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을 비롯한 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각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해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 연간 사업 목표,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동성 위기설에 이어 탄핵 정국이라는 예상치 못한 경영 환경 속에 개최되는 회의인 만큼 신 회장이 그룹 임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된다.


연말 썰렁한 명동


임헌정 기자 =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튿날인 15일 서울 중구 명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12.15

신세계[004170]그룹과 CJ[001040]그룹도 탄핵 정국에 따른 사업상 변수를 하나하나 따져보며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용진 회장이 주재하는 관련 회의나 메시지는 아직 없었다. 비상계엄 이전에 수립된 중장기적 경영전략도 아직 수정된 바 없다"며 "일단 내부적으로 정국 추이를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CJ그룹도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에 이미 내년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인 관점의 경영 전략을 준비해왔다.

식품업계에서는 정국 불확실성을 고려해 중요 의사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농심[004370]은 부산 녹산 수출공장 건립 등 이미 결정된 사업 외에 신규 투자 계획 수립을 미루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경영전략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화장품 등 소비재 업종에선 최근 수년간 한류를 등에 업고 고공 행진해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세 폭탄'을 예고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국가이미지와 신인도 추락이라는 악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인 화장품에 10∼20%의 관세가 부과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업계로선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에 더해 관세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에서 아직 주문을 취소하는 등의 일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실적 전망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저마다 돌발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화 등 현금을 확보해두는 한편 수익성을 중심에 둔 사업·인력 구조조정 등의 고강도 긴축을 병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사업 등의 주요 기업들이 올해 저수익 사업군을 중심으로 인력과 조직, 사업 효율화에 몰두했는데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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