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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21%, 물가상승 9%…러 재벌들, 푸틴 대신 중앙은행에 분통
기사 작성일 : 2024-12-19 17:00: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재벌들이 고금리 정책을 펴는 중앙은행을 상대로 연이어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막대한 군사지출에 따른 경제 과열에 대응하려면 불가피한 조처라지만 물가상승과 고금리의 '이중고'에 직면하자 불만이 커진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을 비판할 수 없는 러시아 재벌들이 중앙은행 총재에 불만을 터뜨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금리 정책 등 당국의 경제 대응에 대한 현지 기업가들의 비판적인 시각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이 설정한 현재 기준금리는 21%다.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기존 7.5%에서 8.5%로 올린 뒤 이를 지속해 인상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러시아 정부의 이른바 '투 탭'(two tap) 정책에 따른 것이다.

전쟁 수행을 위한 군비 확대 등 정부예산의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중앙은행이 높은 기준금리를 설정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물가상승률이 9% 내외로 치솟은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겹치자 러시아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당국의 정책이 비즈니스 환경을 어렵게 만든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인 MTS는 최근 이자 지급과 관련된 비용 증가로 3분기 순이익이 거의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는 지난 달 고금리 탓에 정유소 현대화 사업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철강업체 세베르스탈을 이끄는 러시아 억만장자 알렉세이 모르다쇼프는 최근 "오늘날 중앙은행 금리는 경제와 산업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재벌 올렉 데리파스카는 기준금리를 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테흐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최고경영자(CEO)는 현 기준금리가 산업의 성장에 심각한 제동을 건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비판은 러시아의 '절대 권력'인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는다. 대신 중앙은행을 비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싱크탱크 카네기유라시아센터의 연구원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기업인들이 "푸틴에게 충성을 유지하면서도 점점 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이들의 '편리한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도 푸틴 대통령은 현재의 정책 기조를 조정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회의에서 기업의 지도자들에게 통화정책 이상의 것을 볼 것을 촉구하며 "경제가 금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 야니스 클루게는 "나비울리나는 푸틴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통제가 필요하다면, 그는 러시아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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