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자료사진]

차병섭 기자 = 실적 부진으로 고전 중인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그동안의 과도한 할인 정책을 비판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나이키 사령탑에 오른 엘리엇 힐 CEO는 이날 취임 후 첫 실적발표 어닝콜에서 처음으로 사업 전략을 제시하면서, 소매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재건하고 할인과 프로모션을 자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실적 부진 속에 지난 9월 존 도나호 CEO를 해임했으며, 32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한 힐을 신임 CEO로 임명했다.

힐 CEO는 "우리는 과도하게 (할인·판촉 등) 프로모션을 해왔다"면서 "가격 인하 수준은 우리 브랜드에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과 우리 협력사들의 이익에도 지장을 줬다"고 말했다.

재고 관리를 개선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할인을 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으며 "이 중 일부 조치는 단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 회복 과정에서 단기적인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면서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반등을 위해 주요 국가와 도시의 현지 스포츠팀에 대한 재투자를 강화하겠다면서 "이들은 소비자들과 감정적인 연결을 창출한다"고 평가했다.

축구·농구·트레이닝·스포츠 의류 부문과 스포츠 관련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스포츠에 대한 집착(obsession)을 잃어버렸다"면서 "몇몇 스포츠의류 실루엣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답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이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회계연도 2분기(9~11월) 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123억5천만 달러(약 17조9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9.41% 감소보다는 선방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 집계를 보면 월가에서는 나이키의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65% 줄어든 114억8천만 달러(약 16조6천억원) 수준일 것으로 봤는데, 나이키는 두 자릿수 초반 하락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또 소비자들이 정가에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을 구성하기 위한 재고 조정 과정에서 회계연도 4분기에 지금보다 더 큰 실적 상의 압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가 판매를 위해서는 수익성이 낮은 채널을 통해 오래된 재고를 공격적으로 처분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2%가량 급등했지만 이후 힐 CEO의 어닝콜을 거치면서 하락 전환해 0.5%가량 내렸다. 정규장 기준 나이키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9% 하락한 상태다.

힐 CEO는 인턴으로 시작해 여러 영업 부서를 거쳐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광고와 마케팅 총괄까지 32년간 나이키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