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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회장 전망] "성장률 1% 중후반…환율 상반기까진 1,400원대"
기사 작성일 : 2025-01-05 07:00:19

5대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맨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재호 NH농협금융 회장 직무대행 [각 금융그룹 제공]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 중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둔화하고, 국내 정치 불안에 내수 회복세도 제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말 1,48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불안이 완화된다면 점차 하락하겠지만 상반기까지는 1,400원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그룹 수장들은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3회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채권과 미국 주식 등을 눈여겨 볼만한 투자처로 꼽았다.

◇ "수출 둔화·내수 부진에 올해 성장률 1% 중후반…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후반 전망"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은 5일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B·우리·NH농협금융이 1.8%, 하나금융이 1.6%를 제시했으며 신한금융은 1% 중후반으로만 답변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전부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한은(1.9%), 정부(1.8%)보다 낮거나 비슷하다.

이들은 공통으로 트럼프 2기 수출 약화 가능성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 위축을 성장 둔화 요인으로 꼽았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이 약화할 것"이라며 "내수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 인하로 자영업 경기와 내수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정세 불안으로 소비·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고조돼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트럼프 2기 미국 관세 인상 영향으로 수출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고령화와 가계부채 부담 등 구조적인 내수 부진 요인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세하면서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 역시 "물가 둔화와 금리 인하에도 높은 가계부채 수준, 소비 심리 위축 등을 감안하면 내수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출도 범용 메모리 반도체 부진과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우려 등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 후반∼2% 정도로 전망됐다. 우리금융이 1.7%, 신한금융이 1% 중후반을 제시했으며 KB·농협금융은 2.0%, 하나금융이 2% 내외를 예상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국제 유가 하락과 수요 둔화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2.3%에서 올해 1.7%까지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원자재 가격 불안, 트럼프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와 공급망 불안 우려 등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환율 점차 떨어지겠지만 당분간 1,400원대…자본 비율에 부담이지만 주주환원 약속"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500원에 육박하면서, 올해 최대 위기 요인으로 부상했다. 금융그룹 수장 대부분은 환율이 올해 상반기 1,400원대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1,300원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1,480원대까지 급등한 환율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우리나라 정치 불안이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영돼있고, 올해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면 환율도 안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KB·하나·우리·농협금융이 올해 상반기까지 1,400원 내외, 올해 말 1,300원 중후반대를 전망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말 1,470∼1,480원, 하반기 말 1,400∼1,420원 정도로 예상했다.

진 회장은 "최근 국내 경제 펀더멘탈 취약성 우려에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을 웃돌았다"며 "2025년 초 트럼프 2기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중반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하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같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 각 금융지주 배당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 비율을 초과한 잉여 자본을 배당하기로 약속했는데, 환율 상승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져 자본 비율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높은 환율이 자본 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주주환원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양 회장은 "고환율 상황은 국제 정세 흐름에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부분"이라며 "주당 배당금은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며, 업권 최고의 주주환원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 회장도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수적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해왔다"며 "2024∼2025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은 약속대로 이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회장은 "환율 상승으로 자본 비율 하방 압력이 있지만 견조한 이익 창출 기반과 주주 환원 역량에는 변함이 없다"며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 역시 "고환율에도 시장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자산 재조정 등을 통한 보통주 비율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2024, 2025년을 포함해 향후에도 배당 약속 이행 등 시장 신뢰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 "올해 기준금리 2∼3회 인하 전망…당국 관리 기조에 대출금리 낙폭 제한"

금융그룹 수장들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2∼3회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하나금융이 3회, KB·우리금융이 2회, 농협금융이 2∼3회였다.

함 회장은 "대내외 정치적, 정책적 리스크 속에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 2회·하반기 1회 등 올해 중 3회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진 회장도 "고환율 지속과 가계부채 부담에도 내수 부진과 정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3회 인하를 전망한다"고 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 역시 "내수 부진 압력과 성장 둔화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주요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며 "상반기 2회 인하 후 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한 다음 하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올해 정책 금리 인하 횟수는 대부분 2회를 예상했다. 최근 발표된 점도표 상 전망을 그대로 반영한 수준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도 낮아지겠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속도는 더딜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 회장은 "5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은 현재 5%대 중후반인데,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내년 중 4% 후반∼5%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대출금리 하락 움직임은 다소 경직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도 "기준금리가 0.50%포인트(p) 이상 인하되더라도 실제 시장에서의 대출금리 하락 폭은 이보다 작은 0.3%p 내외로 예상한다"며 "가계부채 증가세, 대출 규제 영향으로 하락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회장 역시 "자율규제 해제와 가산금리 인하를 동시에 하면 지난해 하반기 대기 수요자들의 수요 폭증이 우려된다"며 "올해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과 증가 추세를 고려해 유연한 금리 정책을 쓸 것"이라고 했다.

◇ "채권은 금리 향방 보며 분산투자…美 주식 여전히 좋고, 韓 주식은 우량주 위주로"

금융그룹 수장들은 올해 주요국 정책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유망한 투자처로 채권을 들었다.

진 회장은 국내 채권을 추천하며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조기 집행,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우려로 금리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금리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경기 둔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하 지속 등을 감안하면 시장금리는 점진적으로 우하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미국 채권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올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금리 인하도 최소 2번 이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자본 소득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함 회장은 "금리 하락 가능성과 중금리 수준 유지 가능성 모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산 전략을 권한다"고 했다. 금리가 떨어질 때 높은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중장기채와 금리가 일정 수준 유지될 때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기채 혹은 초단기채를 비슷한 비중으로 가져가라는 게 함 회장의 조언이다.

함 회장은 "미국채권과 한국채권 간 배분은 양자의 가격 매력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경기가 둔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회사채는 편입하지 않는 게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식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이 올랐지만,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 회장은 "미 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과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단기적 속도 조절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 투자 모멘텀과 기업실적 개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수혜 등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 증시 방향성은 점진적인 우상향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함 회장도 "기대수익률은 낮출 필요가 있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물가상승률 이상의 실질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정 업종을 노리기보다는 최대한 시장 전체를 추종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현재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우량주 위주로 담으라는 조언도 있었다.

임 회장은 "한국 주식은 경기 침체 이상으로 조정을 받아 상당히 저렴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조금씩 국내 우량주를 담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 회장도 "국내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반등은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주환원을 적극 장려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라며 "양호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는 우량기업은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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