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 (PG)
[제작 조혜인, 최자윤] 일러스트
이민영 기자 = 국내 증시는 8일 미국 엔비디아 주가 급락에 삼성전자[005930] 실적 발표를 소화하며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완화 가능성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장 초반 1%대 상승세를 보이다 반도체주 반락에 오름폭을 줄였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3.46포인트(0.14%) 오른 2,492.10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올랐다.
장 초반 상승하던 삼성전자(-0.89%), SK하이닉스[000660](-2.40%)가 하락 전환하면서 지수 상단을 제한했는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신제품에 마이크론 칩을 탑재한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590억원 순매수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90억원, 170억원어치 팔았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6.2원 급락한 1,453.5원으로 지난달 2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으나, 증권가에서는 아직 추세적 하락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 상승 심리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추세적 하락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달러화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상승 리스크도 잠재해 있어 당분간 1,450원대를 중심으로 한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15일 발표되는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구체화될 각종 공약 역시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며, 1분기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적책 불확실성이 산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간밤 뉴욕 증시는 예상치를 웃돈 구인 및 서비스업 지표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고, 엔비디아가 급락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1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미국의 작년 11월 구인 건수는 810만건으로 지난 5월(823만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이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7% 선에 육박하며 지난해 4월 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5'에서 신기술을 선보였지만 기대감보다 실망감이 더 큰 영향에 엔비디아 주가가 6% 넘게 급락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8% 하락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및 엔비디아 급락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예정된 점도 시장의 경계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스마트폰과 PC 수요 침체로 주력인 범용 메모리 D램이 부진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아직 실적 기여도가 낮아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발표된 잠정 실적이 낮아진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경우 지수 하방 압력을 더욱 키울 여지가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세적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성과 증명,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 등 기술력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며 "부진한 실적 영향에 8일 잠정실적 발표 전후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미 시장 눈높이가 대폭 낮아지고 악재를 선반영한 만큼 하방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4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장기간 주가 조정 등을 통해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어 눈높이가 낮아진 만큼 역설적으로 실적 발표 이후 악재의 기정사실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오늘 국내 증시도 나스닥 약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에 하락 출발할 것이나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낙폭을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