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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뉴] '절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친윤…떠나는 건 민심
기사 작성일 : 2025-01-10 10:00:03

김재현 선임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동료인 김상욱 의원에게 "농담이 아니야"라며 탈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에 이어 내란 및 김건희 여사 '쌍특검' 재표결에서 김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아 극단적 처분을 내린 것이다.

김 의원이 마녀사냥이라며 탈당을 거부하자 지도부는 그의 소속 상임위를 행정안전위에서 농식품위로 바꿀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지만, 누가 봐도 김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을 원천 봉쇄하려는 '입틀막'으로 비친다.


한동훈, 권성동과 '어색한 포옹'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배웅을 나온 권성동 원내대표가 포옹을 하려 하자 거절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12.16

▶ 보수 정당이 원칙과 상식을 말하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 행태를 보인 건 예로부터 늘 있는 일이다. 1999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자당 이미경, 이수인 의원이 교원노조법과 해외파병안 반대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지자 제명해 당에서 쫓아냈다.

2003년에는 한나라당 내 재야 운동권 출신 쇄신파인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 '독수리 5형제'가 탈당했다. 당을 스스로 나간 형식을 띠었지만, 주류의 등쌀에 견디지 못해 쫓겨난 것과 다름없었다

▶ 소신파에 대한 주류의 조리돌림은 '다름'을 고유 가치라고 말하는 진보 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법 표결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기권표를 던졌다가 친문 주류의 눈 밖에 났다. 그 길로 금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하고 징계까지 받자 탈당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엔 중도 성향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자 '노무현 경호실장'으로 불리던 유시민 의원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분당의 한 원인이 됐다.


금태섭, 결국 민주당 탈당

▶ 헌법 제46조는 2항에서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법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당헌도 "국회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위헌적 계엄에 분노하는 대다수 국민을 대표하며 양심에 따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당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소수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는커녕 '절이 싫으면 나가야지'라며 겁박하고 있으니 또 다른 위헌적 행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지금도 껴안지 않고 있다. 친윤은 윤 대통령 취임 뒤 이준석 대표가 물러나지 않자 그를 해당행위자로 몰아 자리에서 끌어냈고, 비상계엄 해제에 앞장선 한동훈 대표를 손가락질하며 무자비하게 축출했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새누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과거 사례에서 보듯 주류의 협량한 정치는 외연 확장을 저해하고 정치 참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표어가 된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골수 지지층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대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스팔트 대신 세상을 봐야 한다.


탄핵 호소하는 김상욱과 악수하는 권성동


류영석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탄핵 찬성을 호소하는 김상욱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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