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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카드' 좌절…최윤범 경영권 '풍전등화'
기사 작성일 : 2025-01-21 19:00:16

질문에 답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인철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3

이슬기 기자 = 오는 23일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010130]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승부수로 띄운 집중투표제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21일 법원이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지분율에서 영풍·MBK 측에 7%포인트(p)가량 밀리는 고려아연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특정 이사 몇 명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돼 의결권 지분율이 적은 쪽에서도 막판 뒤집기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임시주총 정관 투표에서 상법상 3% 룰을 활용해 의결권 지분율이 46.72%에 이르는 MBK 측의 이사회 과반 확보를 저지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임시주총에서 이사 선임은 기존의 과반수 득표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7명과 MBK 측이 제안한 14명 등 총 21명의 이사 후보를 두고 득표수대로 이사회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약 3.3%포인트의 추가 지지만 얻으면 과반이 되는 MBK 측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인터뷰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김인철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8

MBK 측은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과반을 확보한 뒤 변경된 이사회 구조 속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부터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MBK 측 인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직전부터 영풍·MBK 연합 측의 공개매수전으로 격화된 경영권 분쟁이 최씨 일가의 패배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써 1949년 '영풍기업사' 설립으로 시작된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76년 동업도 갈등으로 얼룩진 채 막을 내리게 됐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상반기 정기 주총에서 배당 및 정관 변경을 둘러싼 표 대결, 고려아연의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판매 중단 선언,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등을 거치며 심화했다.

경영권 분쟁이 결정적으로 폭발한 것은 지난해 9월 13일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와 손을 잡고 1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부터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은 조 단위 '쩐의 전쟁'을 거친 끝에 지난해 12월 말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 46.72%, 고려아연 및 우호 지분의 지분율 39.16%로 집계된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 우호 지분 등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전에 힘을 쏟았다.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탈중국 공급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첨단산업 공급망의 '초크 포인트'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 여론전에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작년 10월 말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입을 종료한 뒤 자사주 유상증자를 곧바로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금융감독원의 제재로 결국 유증 계획을 철회하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MBK·영풍 측 의결권 지분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 및 소수 주주의 지지를 모두 끌어모은다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이날 고려아연은 법원 결정 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이번 판단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소수주주 보호 및 권익 증대라는 애초 취지에 맞춰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적자 제련 기업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 국가전략기술 등 비철금속 세계 1위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투기적 사모펀드 이익 회수의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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