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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서 美·中에 뒤처진 유럽, 생존 전략 고심
기사 작성일 : 2025-02-06 21:00:58

AI 규제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파리= 송진원 특파원 = 유럽이 내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3차 인공지능(AI)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술 경쟁에서 앞서있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는 오는 10∼11일(현지시간) AI 정상회의를 열어 AI 기술의 책임 있는 발전과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엔 각국 정부 수반과 AI 기업 대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약 1천명이 참석한다.

주요 참석자로는 행사의 공동 의장을 맡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미국 JD 밴스 부통령, 중국의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 경영자(CEO) 샘 올트먼, 그 대항마인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프랑스 AI스타트업 미스트랄 AI의 공동 창업자 아르튀르 멘슈 등도 자리를 함께 한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아직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들 외에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회의에 앞서 6∼7일 양일은 파리 폴리테크니크 공과대학에서 'AI, 과학과 사회'를 주제로 국제 과학 콘퍼런스가 열린다. 얀 르쿤 메타 부사장 겸 AI 수석과학자 등 학자들이 모여 AI가 과학과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소개한다.

주말인 8∼9일엔 AI와 문화를 주제로 대중과 창작자들을 위한 행사들이 개최된다.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에서 AI가 문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패널 토론과 워크숍이 열리고, 콩시에르주리에서는 AI에 기반한 예술작품 전시와 예술가들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이번 AI 정상회의가 가진 여러 목표 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유럽을 세계 AI 지도 위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양강 구도에서 유럽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천억 달러(약 725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는 등 거대한 자본력과 투자 규모를 무기로 AI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오픈AI의 챗GPT 개발비 약 5%에 불과한 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AI 모델 딥시크를 만들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중국 딥시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은 이들 틈바구니에서 유럽만의 강점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유럽에도 AI 인재가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수학이나 AI 엔지니어 교육이 세계적 수준이라 프랑스 출신 연구자들이 글로벌 AI 연구소들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니콘 기업이자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 미라클의 창업자 필리프 코로는 피가로에 "프랑스는 AI에 대한 진정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얀 르쿤과 아르튀르 멘슈(구글 출신) 등 AI 분야 최고 인재 10명이 프랑스인"이라고 말했다.

유럽 내 유망 AI 스타트업들도 존재한다. 프랑스의 미스트랄 AI를 비롯해 독일의 헬싱, 알레프 알파, 딥엘, 루마니아의 유아이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AI 기술 발전에서 에너지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이나 스페인의 풍력·태양광 발전 등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를 이용해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컨설팅회사 웨이브스톤의 파트너 차디 한투슈는 피가로에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의 데이터센터는 미국의 데이터센터보다 평균 7배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친환경 AI 인프라 구축을 강점으로 꼽았다.

자본력을 내세운 미국과 달리 '윤리적 AI'를 전략으로 내세워 차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강점을 살려 AI 시장에서 유럽이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라클 창업자 코로는 "미국이 5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유럽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는 단순한 규모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도 대규모 투자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유럽 내 주요 투자 펀드를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차원의 통합된 AI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투슈는 "AI 경쟁에서 유럽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는 전략적 자율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스트랄AI 로고와 챗봇 르 챗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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