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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자료사진]
(세종·서울= 차대운 김동규 이슬기 기자 =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먼저 부과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 '상호 관세' 부과 구상을 공개함에 따라 무역 국가인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국내 업계에 부담이 될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한 부분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무역 전쟁 전선 확대 우려를 키운다.
◇ 한미 상호 대부분 무관세…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은 상대적 낮아
상호 관세란 특정 제품의 교역에서 미국이 수입할 때 적용하는 관세보다, 상대국이 미국산을 수입할 더 많은 관세를 매길 경우 이를 불공정한 행위로 보고 양국 간 차이만큼 추가로 부과하는 보복적인 관세를 가리킨다.
가령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다음 무역 전쟁의 '타깃'으로 지목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산 자동차 수입에 10% 관세를 적용한다.
반대로 미국은 EU산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기본관세를 매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EU산 자동차 수입에 7.5%의 상호 관세를 추가 부과함으로써 EU와 관세율을 같은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카드를 꺼내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EU 같은 상대 국가가 자국의 미국 상품 관세율을 낮추는 것을 압박해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장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장은 최근 미국산 자동차 수입 관세를 10%에서 2.5%에 가깝게 낮출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작년 기준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도 상호관세 도입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상호 관세의 기본적 의미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 등에 비춰봤을 때, 향후 한국을 향한 추가 무역 압박 가능성은 여전히 있겠지만 당장 상호 관세의 주요 표적국에 당장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상호 대부분 제품의 교역 관세가 0%다. 따라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관세율 차이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해 사실상 한 경제권으로 통합된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한국은 미국이 세계 선진국 중 유일하게 FTA를 체결한 나라라는 독특한 통상 지위를 보유한 나라다.
2022년 3월 발간된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자료에 따르면 당시 품목 수 기준으로 양국 모두 98% 이상의 상대국 상품에 대해 관세 철폐를 완료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발언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그는 "모든 국가가 상호적일 것이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관세가 있는 어느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이용하는 국가들에는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호 관세의 '핵심 타깃'이 트럼프 대통령이 단단히 벼르는 EU가 우선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이 경우 FTA 체결로 오랜 기간 한미 상호 관세를 철폐한 한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미국이 EU산 자동차 관세를 상호관세까지 더해 현재의 2.5%에서 10%로 높이고, 한국에는 별도의 조치가 없다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등 한국산 자동차가 독일 등 유럽산 자동차보다 상대적인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상호 관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자동차 10%, 농산물 14∼15% 등 관세를 부과하는 EU에 불만을 지속해 제기하고 있어 EU를 타깃으로 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FTA 미체결국 중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대만, 일본, 베트남 등이 한국보다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한국 '트럼프 1차 표적'은 피했지만 무역전 확전에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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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아직 한국이 트럼프 신정부의 핵심 무역 압박 대상에 드는 상황만큼은 피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압박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없어 미리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무부 등 부처에 오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적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취임 후 지금껏 나온 여러 관세 조치는 '예고편' 차원에 불과할 뿐이고 무역 불균형 해소, 자국 제조업 부흥 등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큰 그림'을 위한 정책은 그 이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의 전선이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인 한국의 통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 EU로 무역 전쟁 확대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또 막 언급이 새로 나온 철강, 알루미늄 추가 관세 외에도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보편 관세 차원의 별도 관세 부과 의지도 피력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발동한 대중 추가 관세 10%에 이어 중국도 10일부터 석유·LNG 등 일부 제품 대상 맞보복에 나서 트럼프 1기 때에 이어 우리나라의 양대 교역국 간 관세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대중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의 IT·가전 시장 위축은 한국의 반도체 등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 난타전'으로 흐르는 것이 제조업 중심 수출국인 한국 경제에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전쟁으로 각국이 자국 수입 시장의 빗장을 걸면 교역이 위축되고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한다. 한국은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아 수출이 굉장히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시계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추가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