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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주 관세면제 고려'에 철강 수출국들 對美협상 각축전?
기사 작성일 : 2025-02-12 03:00:58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발표하면서 세계 주요 철강 생산국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인 호주에 대해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러 국가가 공동전선을 펴며 미국에 함께 대항하기보다는 트럼프 1기 때처럼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미국의 철강 관세와 관련해 11일(현지시간) "우리는 세부 내용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 중(engaging)"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며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EU가 트럼프 1기 때처럼 보복 관세 등으로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되지만, EU가 보복 전에 협상을 먼저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 때문에 이미 부과된 25%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 중이라 철강 관세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문제를 이미 미국과 논의하고 있어 철강 관세를 함께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철강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는 다가오는 고위급 미국 방문 계기에 우리 업계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앞으로도 우리 업계 이익 보호를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예외나 면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모든 철강 생산국이 같은 경쟁 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관세 포고문 서명식에서 호주에 대한 관세 면제를 "많이 고려하겠다"(give great consideration)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정 국가만 면제받으면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요 철강 생산국 중 호주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배려할 가능성이 있다.


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


[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발표한 철강 관세는 사실 새로운 관세라기보다는 1기 때 시행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면서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안보 관계"가 있는 국가의 경우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대안적 합의"(alternative agreement)를 협상해 관세를 피해 갈 수 있게 했는데 그렇게 해서 관세를 가장 먼저 면제받은 국가가 한국이었다.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동시에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고, 각국 대표단이 워싱턴DC에 몰리면서 미국 통상 당국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FTA와 철강 관세를 일괄 협상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5%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을 2015∼2017년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수용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 면제와 쿼터 등에 합의했다.

이후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영국과 협상해 일정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에만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에 합의했다.

이런 국가들에 허용했던 각종 면제와 예외 등 "대안적 합의"를 관세의 "구멍"(loophole)으로 여겨 틀어막은 게 이번 관세의 골자다.

미국이 그간 면제를 허용한 국가에서 철강 수입이 늘었으며 특히 중국이 과잉 생산한 철강을 관세 면제 국가를 통해 우회 수출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관세 시행 당시 미국 철강산업의 가동률을 최소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철강산업 가동률은 2021년 일시적으로 80%를 달성했으나 이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022년 77.3%, 2023년 75.3%로 줄었다.

백악관은 232조 관세를 면제받은 국가에서 수입한 많은 양의 철강이 미국 내 철강 생산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그가 여러 국가에 면제를 허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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