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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지어놔도 안 팔리는 미분양…다음 주 나올 정부 해법은
기사 작성일 : 2025-02-13 07:00:17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최근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건설 경기 침체가 국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탄핵 국면과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2%대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후방 산업 효과가 큰 건설업이 무너지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달 19일 발표할 지방 건설시장 안정화 대책의 지원 수위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TV 제공]

◇ 경제성장률 위협하는 지방 건설업 침체…업계는 "글로벌 위기보다 힘들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 2.0%도 충격적인 수준인데 이보다 0.4%포인트를 더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수정 성장률 전망치도 1.6∼1.7%로 비슷하다.

이는 올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올해 투자·소비·수출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건설업 침체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건설투자액은 298조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KDI는 올해도 건설투자가 누적된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1.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인 -0.7%보다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경제금융실장은 "GDP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커 건설투자 감소는 곧 국가 경제 성장률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재무 상황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나 전문업체의 위기감이 크고 건설 취업자 수 감소, 중개업·인테리어 등 연관 산업의 연쇄 침체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 건설업계는 고사(枯死) 상태에 놓였다고 아우성친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641건으로 전년도 581건보다 60건(10.3%)이 늘었고,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29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주택 수요도 감소해 지방 주택시장은 일부 공급 과잉 지역은 물론이고, 신규 공급이 많지 않은 곳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7만173가구로, 2012년(7만4천835가구)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7만가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이 5만3천176가구로, 전체 75.8%를 차지한다.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천480가구로 전년도(1만857가구)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재 미분양의 절대 수치가 정부가 각종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던 2000년대 후반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16만5천599가구로 역대 최다였고, 준공후 미분양은 2009년에 5만87가구까지 증가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미분양주택 위기단계별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10만가구에 가까워지면 미분양 주택 매입 때 취득세·양도세 감면 정책과 매입임대사업자 추가 지원, 민간임대리츠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현재 주택시장의 체감 경기는 글로벌 위기 때를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당시와 비교해 높은 PF 대출 금리에다 공사비가 2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원가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손실을 보는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업계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중과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씩 연기하고, 공시가격을 낮춰 종부세 등 보유세 세부담을 줄여놨지만, 땜질식 처방일 뿐 법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2주택, 3주택 이상자에 취득가액의 최대 8%와 12%의 세금을 부과하는 취득세 중과 정책은 여전히 시행 중이다.

지방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외지의 투자 수요가 유입되지 않으면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집값도 오르기 힘든 상황인데 현재 세법에선 지방 주택 구매를 늘리면 세 부담만 커져 되레 짐이 되는 형국"이라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서울로 몰리는 자금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줄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사 현장 이미지 [ 자료사진]

◇ 업계 "찔끔 대책으론 효과 없어…수요 진작책 필요"…분양가 인하 등 자구노력 요구도

정부가 그동안 지방 살리기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인구소멸지역의 주택을 1주택자가 한 채 더 구입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고, 올해까지 신축되는 비아파트 소형주택을 취득하면 역시 주택 수에서 빼주는 등의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올해 1월부터는 기존 1주택자가 비수도권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세와 종부세 산정 시 1가구 1주택자로 간주하고, 주택건설 사업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하면 원시취득세(부동산 최초 취득시 내는 세금)를 최대 50%까지 감면하는 내용 등의 지원책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PF 경색에 따른 건설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공공공사를 비롯해 건설업계의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지방 미분양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도 10년 만에 재도입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로 매입 실적은 없다.

건설업계는 지방에 투자 수요가 유입될 만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준공주택은 물론 지방 미분양 전체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거나 50%를 감면해주고, 해당 주택을 5년 이내 양도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해주는 등 투자수요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실제 2013년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하자 미분양 주택 매입 시 5년간 양도세를 감면해주면서 수도권에 적체됐던 미분양 해소에 큰 효과를 봤다.

당시 5년 뒤 집값이 크게 뛰면서 양도세 감면에 따른 특혜 논란이 불거졌지만, 현재 지방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적체는 대출을 못 받아서 집을 안 사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고 장래에 세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현재 지방 시장은 나중에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금은 일정 부분 투자수요가 유입돼 시장 분위기를 바꿔 놓는 게 훨씬 효과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CR리츠의 미분양 매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리츠의 취득세 면제와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주택에 대해 매입 확약을 해줘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매입 확약에 대해 부정적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리츠의 조달금리 인하를 위해 모기지 보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또 2009년 LH가 CR리츠에 미분양 매입 확약을 해줬을 때 분양가의 50% 수준에 매입했는데 모기지 보증의 한도가 감정가의 70%로 LH 매입가보다 높아 매입 확약에 따른 추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인위적인 수요 진작책은 투기수요 유입과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 할인 분양이나 원가 절감 등 자구노력 없이 정부에 손만 벌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업계는 공사비가 2020년 이후 30%가량 급등하면서 분양가를 낮춰 팔기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은 과거 공사비가 낮을 때 수주한 것이 대부분인데 시공 과정에서 공사비가 급등했고,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이 높아져 분양가를 깎지 않아도 손실이 큰 현장이 많다"며 "기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분양가 인하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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