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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 트럼프와 회담 앞두고 국방비 증액에 속도
기사 작성일 : 2025-02-16 23:00:57

2024년 8월 영국에서 훈련 받는 우크라이나 군인들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 김지연 특파원 = 이달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국방비 지출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무부가 난색을 보이는데도 국방비 증액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7월 출범 전후로 국방비 지출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제시했으나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의 다음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598억파운드(109조원)로 GDP의 2.3%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기존 목표치인 2%는 넘지만 트럼프 정부가 유럽 동맹국에 요구하는 5%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유럽을 배제한 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유럽은 자력 안보가 시급해졌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14일 토니 러다킨 영국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각각 1대1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군 수장들은 스타머 총리에게 GDP의 2.65%로 증액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고위 재무부 관계자는 예산안을 짜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국방비 예산 증액을 여전히 꺼리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경제 둔화 속에 그렇지 않아도 재정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머 총리의 측근은 "국가 안보에 관한 결정은 총리에게 달렸다"며 재무부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국방비 증액을 옹호했다.

그는 지난 15일 뮌헨안보회의 패널 토론에 참석,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패배하면 안보 비용이 지금의 세 배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래미 장관은 "냉전 때 우리 평균 국방비는 GDP의 7% 수준이었다. 지금 도전에 맞서지 않는다고 나중에 돈을 아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와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타머 총리의 방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후 유럽 자력 안보를 압박하면서 유럽에서 영국 역할론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BBC 방송은 스타머 총리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통일된 접근을 위해 미국과 유럽의 뜻을 한데 모으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17일 프랑스에서 열릴 유럽 주요국 긴급 정상회동에서 들은 유럽의 견해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논의하고 워싱턴에서 돌아온 후 유럽 각국 정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추가 회동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 군대' 창설까지 촉구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BBC에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5만∼10만명 파병을 예측하면서 프랑스와 영국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군의 역량이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군을 이끌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리처드 대넛 전 영국 육군 참모총장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는 10만명이 필요하고 영국군을 순환 배치한다면 3만∼4만명은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런 숫자가 당장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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