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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18)사하라 사막에 맞선 '녹색장벽' 운명은?
기사 작성일 : 2025-02-17 08:00:57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녹색장벽' 캠페인으로 조성된잠블라라 숲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김성진 기자 = 아프리카에도 중국의 만리장성을 연상케 하는 것이 있다.

다만 이 '만리장성'은 돌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장성이다.

다름 아니라 세계 최대 사막인 사하라사막에 둘러치고 있는 녹색 장벽(Great Green Wall)이다.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해 설계된 살아있는 나무 벽이 아프리카 대륙에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녹색 장벽 프로젝트는 사하라 이남 사헬 지역(반건조 지대) 20개국에 걸쳐 사막화를 방지하려고 7천km의 장벽을 세우는 거대한 작업이다.

이 야심 찬 기획은 이미 수백만 헥타르의 황폐해진 토지를 복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농업 활성화로 지역사회의 식량 안보를 개선했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21세기 들어 사헬 지역으로 사막화가 천천히 남진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말리에서만 지난 30년간 2만㎢의 숲이 상실됐다고 비영리 환경단체 트리에이드가 전했다. 경상북도보다 더 큰 규모의 숲이 사라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사하라 사막 가장자리로 나무로 된 장벽을 세우는 사업은 2007년 아프리카 국가들에 의해 출범했다. 이후 범대륙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과 다른 국제기구들이 힘을 보탰다.


2024년 10월 말리 시카소 지역의 잠블라라 숲에서 나무 심는 사람들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구체적으로 나무 장벽은 가뭄에 내성을 가진 재래종 나무로 대륙 서쪽에서 동쪽 가장자리까지 폭 15㎞의 그린벨트를 조성하는 것이다. 남·북한 비무장지대(DMZ) 폭(4㎞)의 4배에 가깝다.

녹색 장벽은 지역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통해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이다.

숲은 폭우 때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예방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녹색 장벽 사업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로 나무 수백만 그루가 고사했다.

이 때문에 녹색 장벽 사업의 당초 목표치의 4%만 달성됐다고 AP통신이 지난해 11월 전했다. 나머지 목표량을 채우려면 430억달러(약 62조5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막화는 과도한 벌목도 한몫한다.

가난한 말리 농촌 여성들은 땔감보다 더 나은 조리용 가스와 태양광 패널을 살 형편이 안 돼 나무를 벨 수밖에 없다.

말리 등 사헬지역 국가에선 이슬람 무장단체 준동이 녹색 장벽 사업에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사막화와 싸움은 아프리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는 봄이면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 바람의 진원지인 몽골 고비사막의 전진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의 둘레를 나무로 에워싸는 총길이 3천46㎞의 인공숲 조성작업이 마무리됐다.

중국에서 가장 큰 사막인 타클라마칸은 혹독한 환경 때문에 사람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죽음의 바다'로 불린다. 세계에선 사하라 사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모래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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