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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푸틴 대통령을 환송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밤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국제공항에 나와 푸틴을 환송했다. 2024.6.2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이상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종전이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이었지만, 그동안 여러 측면에서 동북아 정세를 규정하고 우리의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이라는 숙제를 끝내면 북한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북미 협상의 시간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참전으로 우크라이나전은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북러가 동맹 수준으로 밀착하면서 고립돼 가던 북한은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는 대가로 정치·군사·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반대급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활동을 종료시켜 대북제재 감시체계를 사실상 마비시켰고, 에너지와 식량 등 북한에 경제적 지원은 물론 방공망과 대공 미사일 등 무기 지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러가 밀착할 수 있었던 고리였던 우크라이나전이 종료된 이후 두 나라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러시아는 더는 북한의 지원이 절실하지 않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양국 사이가 멀어지리라는 관측이 있다.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훨씬 중요한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택한다면 북한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보다야 덜하겠지만 양국의 밀착 관계는 종전과 관계없이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년 연속 정상회담을 하며 관계를 다져왔고 전쟁까지 함께 치르며 혈맹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오는 5월 전승절 열병식에도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한 상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러관계는 변수가 많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크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수준에서 러시아와 함께 가려고 하는지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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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5.1.12 [젤렌스키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전 종료는 북미 협상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북한 간의 협상은 쉽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일각에선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서 참전국인 북한의 요구 사항이 다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나 북한 모두 북한군 참전 사실을 확인한 적은 없지만 종전 협상 과정에서는 달라질 수 있으며, 북한이 철수 대가로 미국에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스 켈로그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문답 과정에서 러시아의 북한·이란·중국과 관계를 언급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글로벌 현안'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 문제가 양측의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은 우크라전 종전을 모색하는 과정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을 관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소통채널 복원 정도는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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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9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