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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3년] '특유의 판흔들기' 종전협상 띄운 트럼프…'더티 딜' 우려도
기사 작성일 : 2025-02-19 08:00:58

2018년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3주년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우크라전 종전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시작부터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동맹국에 대한 '패싱'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략한 러시아를 압박하고 우크라이나를 안보적으로 지원해온 서방 진영의 기존 접근법을 완전히 뒤집고 있어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고지에서 종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그동안 대(對)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고립화를 투트랙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토대로 정상 차원의 담판 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도 국제 질서 수호라는 대의보다는 거래적 태도로 접근하면서 전쟁을 조기에 끝내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영토 및 안전보장 문제 등에서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러시아가 내용적으로 사실상 승리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될 경우 유럽은 물론 중국과의 '전략 경쟁의 장'인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안보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을 위해 '배드 딜'(bad deal·나쁜 협상)도 불사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당하는 '더티 딜'(dirty deal)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 속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그의 취임 닷새 전인 지난달 15일 가자전쟁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나의 외교적 성과를 위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파리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 미래 없다"…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지원하며 러 고립·압박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달 20일 정오까지 미국 정부의 기조는 ▲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안보 지원 ▲ 제재 및 압박을 통한 러시아 고립 ▲ 우크라이나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종전 협상 등으로 요약됐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은 올 1월까지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해 모두 659억달러(약95조1천억원·국무부 집계)의 군사 지원을 실시했다.

전임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초순 석유 업체를 비롯해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를 내리는 등 러시아의 전쟁 재원 및 물자 확보를 틀어막기 위해 정권 말기까지 노력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접촉하지 않은 것은 물론 2022년 3월에는 "이 사람은 더는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라면서 푸틴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전쟁 종전과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 압박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입장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바이든 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를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미래)에 대한 어떤 것도 없다"(Nothing about Ukraine without Ukraine)라는 말로 요약했다.


트럼프와 푸틴 전화통화 보도한 러시아 신문들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트럼프, 푸틴과 친분 토대로 정상 외교…우크라이나에는 거래적 접근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외교의 기본적 토대는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등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침공 수순에 들어간 것에 대해 "천재적(genius)", "영리하다(savvy)"고 칭찬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해 '강하고 똑똑한 지도자'라고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과 자신과의 친분을 자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외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닌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90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에 즉각 착수키로 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원한다는 푸틴 대통령을 믿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만약 그렇지(평화를 원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말했을 것"(13일)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큰 신뢰를 표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대선 때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방적 지원에 반대하면서 "그는 미국에 올 때마다 1천억(달러)을 갖고 간다. 내 생각에 그는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이라고 수차 조롱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거래적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 10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뭔가 얻어내지 않고 이 돈을 계속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에 대해 호응한 상태다.

다만 세부 입장에는 아직 차이가 있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하면서 전후 미군 배치 가능성도 시사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보다 구체적인 장기 안전 보장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광산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우크라에 영토 일부·나토 가입 포기 요구…대러시아 제재 가능성도 언급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취임하기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현재까지 "빨리 끝내야 한다"는 목표 외에 구체적인 종전 구상을 직접 밝힌 바 없다.

그는 다만 종전 협상에서 핵심적인 이슈인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으며 2022년 전면전을 개시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이를 완전히 수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전후 안전보장 차원에서 요구하는 또 다른 핵심사항인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실용적"(12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한 것이 러시아의 침략을 야기했다며 전쟁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려 서방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이후에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다른 안전 보장 조치도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는 종전 요구 외에 다른 양보를 압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는 영토 일부와 나토 가입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데 러시아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언론으로부터 받았으나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푸틴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 및 핵 군축 협상 대화 추구 등 미·러 및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 정상화에 더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본인 계획과 달리 진전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

이와 관련, 미 육군 중장 출신으로 현재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동시에 압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종전 구상을 만든 바 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이 방안은 우크라이나에는 안보 지원 중단 카드로, 러시아는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카드로 각각 종전 협상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나토 가입 포기를 전제로 비무장지대(DMZ) 스타일의 완충지대 설치 후 유럽 동맹국의 병력 배치,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에 대한 세금 부과를 통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충당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구상대로 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협상이 교착돼 종전이 지연될 경우에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 지난달 20일 취임 직후에 푸틴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합의를 해야한다. 그가 합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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