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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명' 지지했던 시민단체들 "공공의대·지역의사 도입하라"
기사 작성일 : 2024-03-21 18:00:33

'공공의대 신설 촉구'


2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중단 및 공공의대 설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자료사진]

성서호 기자 = 그동안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힘을 실어주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증원 배분 직후 일제히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도 등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도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공공의대, 지역의사제는 앞선 의사 파업 당시에 이어 이번 증원 과정에서도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는데, 정부가 2천명 증원의 '쐐기'를 박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재추진의 판을 짜는 모습이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양적 해결 방안 측면에서 정부를 지지하던 시민사회단체가 이제 '질적 해결' 측면에서 정부를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의협 의대정원 증원 반대 포스터


신현우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교수들과 의사회 등은 사직서 제출 결의 등 집단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대한의사협회가 만든 의대정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4.3.21

◇ "공공의대·지역의사제로 필수의료 유입시켜야"

정부가 학교별 증원 배분 결과를 공개한 뒤 하루 지난 21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늘어날 의사들을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진출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쓴 채 증원 규모를 확정하고 정원을 배분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 안착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없다는 점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감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대 증원 추진과 의사들의 진료 거부 등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부실한 민낯이 드러남으로써 의료개혁 과제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가 강조한 대안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로, 이 두 제도는 크게 봤을 때 의대생들이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 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와 같은 패키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 개혁 4대 과제 발표하는 복지부 장관


20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자료사진]

◇ "이대로면 수도권 쏠림 심화"…'얼마나'는 정했으니 이제 '어떻게'

참여연대 역시 늘어난 의사 인력을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종사하게 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나' 늘릴지는 정했지만, '어떻게' 자리 잡게 할지가 빠졌다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막고 공공병원을 외면하는 정부 정책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졸업 후 지역에서 의무 복무케 하는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단체는 특히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안이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참여연대는 "비수도권에 의대 증원분의 82%를 배정했지만, 수련병원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역의대'인 경우가 많다"며 "정부 정책으로 늘어난 의대생들이 더 큰 규모로 수도권을 향할 게 뻔하다"고 예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전날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 부족이 해소될 것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경실련은 논평에서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 과목 및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 등 지역·필수의료에 의사를 안정적으로 배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사회정책국장은 에 "정부가 장기간 지역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추진하는데, 여기에는 정해진 기간 일하지 않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빠져서 강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의정갈등 계속


신현우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교수들과 의사회 등은 사직서 제출 결의 등 집단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3.21

◇ 야권도 '쓴소리' 합류…정책 드라이브 나선다

경실련과 보건의료노조 등 28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공공의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인 지난달 1일 국회에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이 두 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 시절인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실패한 뒤 이번 정부 주도의 증원 과정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던 야당도 정부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은 최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와 관련해 "의대 증원의 본질은 국민을 위한 공공 필수, 지역의료를 정상화하는 데 있다"며 "의대 정원 숫자 2천명만을 고집하면서 의사집단 전체를 범죄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비판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정책 제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개혁 완수를 위한 정책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의대 증원에 찬성하며 의료계와 갈등을 빚어온 김윤 서울대 교수도 참여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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