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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술·신성장 창업지원 자금이 병원 개업비로…
기사 작성일 : 2024-03-26 07:00:20

한국은행


[ 자료사진]

(대전= 양영석 기자 = 한국은행이 기술형 창업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운용 중인 중소기업 지원 대출상품을 그동안 병·의원을 개원하는 의사들에게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신성장·일자리지원 대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충청권 4개 시도(대전·세종·충남북) 중소기업에 모두 4천400억원가량의 대출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260억원가량은 신성장 사업과는 거리가 먼 병·의원 개업 등에 지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과 세종에 154억원이, 충남·북에 109억원이 흘러 들어갔다.

전국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대출금이 집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해 전국에 공급한 신성장 일자리 대출금 전체·업종별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적자금인 정책 지원금이지만 외부에 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매달 13조원 한도 내에서 신성장 대출프로그램을 운용해 왔다.


은행 기업대출 급증 속 부실 확대 조짐


[ 자료사진]

보건업종에 대출금이 나갈 수 있었던 건 한국은행이 병·의원 분야도 대출받을 수 있게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기술형 창업을 명분으로 해당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한국은행이 만든 세칙을 기준으로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먼저 실행하면, 한국은행이 관련 서류를 최종적으로 심사해 사후에 지급하는 형태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편차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일반 대출 금리보다 1.5%포인트 정도 우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출상품은 소재·부품의 제조 및 기술개발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전문 소재·부품·장비기업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출시됐다.

이 때문에 병·의원이 기술형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감사원도 신성장 대출사업 취지에 맞지 않게 정책자금을 집행했다고 문제 삼았다.

한국은행은 뒤늦게 프로그램 세칙을 개정해 올 1월부터 대출 지원 대상 제외 업종에 병·의원을 추가했다.



시중은행 대출상품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관련 신성장·일자리지원 프로그램 안내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정부에서 기술금융 기준을 일부 완화해준 것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처음에 어떻게 해서 병원이 포함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내부적으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올해부터 병·의원을 대출 대상 제외업종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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