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그림책작가 이수지 "어린이 바라보는 시선이 문화수준 보여줘"
기사 작성일 : 2024-03-26 18:00:55

에세이 출간한 이수지 작가


강민지 기자 = 이수지 작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3.26

김용래 기자 = "말 없는 그림책이 내게 말없이 말 걸어오는 내밀한 세계. 이것은 완전히 다른 언어이며, 이것이 바로 나의 언어구나. 내 안의 이야기를 표현할 목소리를 갖게 되던 순간, 진심으로 기뻤던 것 같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2022년 한국인 최초로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비룡소)에서 '글 없는 그림책', 즉 오로지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림책의 세계를 만난 순간을 적은 부분이다.

책에는 회화 전공자에서 북 아트를 공부하는 학생을 거쳐 그림책이라는 드넓은 세계에 빠져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치열한 인생사가 담겼다.

작가는 에세이 출간을 기념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지만 작가가 많은 얘기를 해줄수록 그 세계가 더 풍부해진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제가 지금 (에세이를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 책을 냈다"고 했다.

이수지는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 아트를 공부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림책을 펴낸 작가로, 책의 물성을 이용한 작업과 글 없는 그림책 형식으로 아이들의 놀이와 신선한 에너지를 책에 담아왔다. 대표작에는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거울속으로' 등이 있다.

이번 에세이에는 작가의 초창기 작업 노트,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냈던 순간들, 외국 출판사의 그림책 편집자들과 일했던 일화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락 연설문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수록됐다.



[비룡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수지의 그림책만을 접했던 독자라면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성장한 저자의 그림책 작업 과정에 얽힌 내밀한 이야기들과 그에 얽힌 생각, 일상의 편린을 공유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책에는 작가가 어린 자녀들과 같이 그림책을 즐기며 독서 경험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도 흥미롭게 담겼다.

간담회에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너에게 이것을 가르치겠다'는 그런 태도가 아니라 '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멋있어. 너랑 같이 이걸 느끼는 게 너무 좋아'라는 그런 태도 말입니다. 어떤 그림책을 어른이 좋아했다면, 잘 모르더라도 그 안에 아이와 함께 들어가 보겠다는 진심을 갖고서 읽어주면 아이는 정말 좋아해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숏폼 영상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못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 특히 그림책이 주는 고유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작가는 강조했다.

"매체의 힘이 너무 강하기에 모두가 거기에 이끌리죠. 저조차도 책이 있고 핸드폰이 있으면 핸드폰에 손이 가니까요. 그래도 아이가 어려서 매체를 접하기 전이나, 접하더라도 여전히 책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를 알게 된다면 매체에 잡아먹히지는 않을 거예요."

해외 유수의 출판사들과 작업한 경험이 풍부한 작가는 국내 출판계의 상황이 매우 열악한 데 비해 외국의 출판사들은 큰 어려움 없이 꾸준히 양질의 책을 출간하고 널리 유통하고 있는 게 늘 부러웠다고 했다.


에세이 소개하는 이수지 작가


강민지 기자 = 이수지 작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2024.3.26

이수지 작가는 작심한 듯 "책이나 도서관 분야 예산이 다 삭감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시 거꾸로 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리 행복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그 근저에는 어린이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있고요. 정말로 중요한 이런 영역들을 우리가 잘 가꾸고 지켜나가야 해요."

이수지는 다음 달부터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전시도 열 계획이다. 자신의 방대한 그림책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하는 자리다.

차기작을 묻자 디지털과 그림책의 장점을 함께 담아낼 형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책은 책인데 책이 디지털의 세계로 가면 어떤 형태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했어요. 현재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작업 중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