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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의대교수 110여명 사직서…"의료 붕괴 막겠다는 간절함"
기사 작성일 : 2024-03-29 17:00:37

사직서 제출하는 의대 교수들


임화영 기자 = 의료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3.28

(익산= 나보배 기자 =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원광대병원 교수 70%가량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의대 및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150여명 중 11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9일 밝혔다.

원광대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교수 99명이 사직 의향을 밝혔는데, 그보다 더 큰 규모"라며 "더 많은 교수가 병원을 떠난 제자들에게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비대위는 최근 교수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 등이 모여 긴급총회를 개최했다.

이곳에서 전공의나 인턴, 의대생의 상당수가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이들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동참 의사를 보였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군대에 가면 정말 향후 몇 년간 진료를 볼 의료진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특히 매년 배정된 전공의를 다 채우지 못하는 원광대병원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 대학병원 9곳이 수도권에 분원 11개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 병원들이 최소한 250여명의 전공의를 흡수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에 소재한 병원들은 더 고사할 것"이라며 "이런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무조건 2천명 증원만을 이야기한다면 전공의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사직서 제출 30일 후에는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사직서가 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상당수 교수는 후학을 양성한다는 자부심으로 대학에서 연구하고 환자를 돌본다"며 "마지막까지 환자들 곁을 지키겠지만,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정부가 대화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교수 집단 사직 시작'…교수도 학생도 없는 의대 강의실


(대구= 윤관식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25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인다. 2024.3.25

전북대 의대 및 전북대병원 교수들 역시 지난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꺼리고 있다.

다만 비대위는 이날 '환자분들께 드리는 교수들의 호소문'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교수들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정신적·신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며 "주 52시간 준법 진료를 유지하고 다음 달부터 외래진료와 시술, 수술 등을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들에게는 송구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할 경우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진료를 조정하게 됐다"며 "정부는 잘못된 2천명 증원 정책을 철회하고 의료와 교육 현장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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