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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파업으로 국가기반 마비'도 사회재난
기사 작성일 : 2024-04-14 07:00:34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관련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 자료사진]

이재영 기자 = 앞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이 생활화학제품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 '사회재난'으로서 범정부 대응이 이뤄진다.

노동조합이 파업해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되면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사회재난으로 다뤄진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사회재난 유형을 신설하고 구체화하는 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재작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회재난 유형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상위 법에 명시된 유형조차 전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와 시행령을 개정하게 됐다고 행안부 측은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 규정된 사회재난은 총 28종이다.

대부분은 기존 사회재난을 구체화해 재규정한 것이다.

예컨대 '학교 및 학교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를 '교육시설법에 따른 교육시설의 화재·붕괴·폭발·다중운집인파사고 등으로 발생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 대처가 필요한 대규모 피해'라고 바꾼 것이다.

신설된 사회재난 유형으론 우선 '일반인이 자유로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도로·광장·공원·다중이용시설 혼잡에 따른 다중운집인파사고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피해'가 있다.

이태원 참사를 반영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재난안전법에도 다중운집인파사고가 사회재난 중 하나로 새로 규정됐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에 신설된 다른 사회재난 유형은 '생활화학제품이나 살생물제 관련 사고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피해'가 있다.

생활화학제품 때문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대표 사례가 현재까지 국가가 인정한 피해자만 5천703명에 달하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다.

행안부 관계자는 "1~2건의 생활화학제품 관련 사고는 화학제품 관련 법에 따라서 처리하면 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이 피해가 매우 큰 경우엔 재난으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기에 사회재난 유형에 추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로 인한 피해'도 사회재난으로 규정했다.

특히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나 그에 준하는 행위로 인한 국가핵심기반 마비'도 사회재난에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재난안전법이 국가핵심기반 마비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며 최근 의사 집단행동이나 재작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운송거부)을 사회재난으로 보고 대응한 점을 반영했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다만 합법적인 쟁의까지 재난으로 명시하는 것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재난안전법 시행령에는 '재난사태 선포 대상'에서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로 인한 국가핵심기반 일시 정지'는 제외한다고 명시돼있다.

재난사태가 선포되면 정부가 인력·장비·물자를 동원하고 위험구역을 설정, 강제대피·출입제한·통제 등을 명령할 수 있는 등 대응에 필요한 긴급조처를 실시할 권한을 갖게 돼 파업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사례는 2005·2019·2022년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와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 등 그간 4차례에 불과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가핵심기반 마비를) 사회재난으로서 대처하겠다는 것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른 쟁의로 인한 국가핵심기반 일시 정지는 재난사태 선포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은 변하지 않는다"라면서 "사회재난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적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재난으로 규정되면 재난안전법 적용 대상에 들어와 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통해 범정부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

또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정해지기에 대응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지고 '위기관리 매뉴얼'이 사전에 마련돼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환경부는 대규모 화학제품 사고가 사회재난에 포함되는 데 맞춰 매뉴얼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

또 재난안전법은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복구비를 국고로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게 하며 국가나 지자체가 피해자에게 보상금이나 지원금을 준 경우엔 재난 원인 제공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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