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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못 한다…2016년 이어 '불허'
기사 작성일 : 2024-04-02 17:00:29

을숙도에 사는 고양이와 급식소


[ 자료사진]

김예나 기자 = 동물 보호 단체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일 학계 등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안건을 논의한 뒤 부결했다.

논의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고양이 급식소 설치는 2016년 이미 부결돼 원래 상태로 회복하라고 요청했던 사안으로 철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및 외국의 자료를 볼 때 고양이로 인한 (철새 등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급식소 설치 문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여한 위원 모두 부결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을숙도에 사는 고양이


[ 자료사진]

을숙도는 낙동강 줄기와 바다가 어우러진 생태 보고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서, 부산과 김해평야 사이의 넓은 하구 일대가 천연기념물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을숙도에 버려지거나 자연 유입된 고양이들이 새를 잡거나 새알을 먹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급식소가 설치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2016년부터 관할 지자체와 함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운영해왔으나, 문화재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문화재위원회는 급식소 설치를 불허한 바 있다.

급식소가 있는 장소는 문화재 구역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길고양이 급식소와 관련한 주민 민원이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을숙도 내에 급식소 26곳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운영돼 온 사실을 파악한 뒤 관련 기관에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제작·지원한 급식소 15곳은 철거된 상태다.


철새 보호하려 설치된 펜스


(부산= 박성제 기자 =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철새를 보호하기 위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서 늘어난 유기묘가 겨울 철새를 위협해 문제가 되고 있다. 2022.1.20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은 급식을 중단하면 오히려 길고양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철새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급식소 16곳을 설치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월 단체 120여 곳과 함께 성명을 내고 "문화재청은 명확한 피해 사실이 없는데도 다른 동물에 해를 끼친다는 낙인을 찍고 행정적 절차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약 8년 만에 급식소 설치가 다시 부결된 가운데,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구역에 불법으로 설치된 시설물이라는 점을 들어 규정에 따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급식소를 철거하고 원래 상태로 돌려놓으라고 요청한 기한은 올해 1월 31일로, 이미 두 달이나 지났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늘 관할 지자체에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내용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자진 철거를 유도하면서 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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