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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더내고 더받는' 연금개혁시 기금소진후 최대 43% 보험료로 내야
기사 작성일 : 2024-04-04 07:00:36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

서한기 기자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의제숙의단이 논의해 추려낸 2가지 국민연금 개혁안 중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은 기금소진 시기를 7년 뒤로 늦출 뿐, 재정 안정의 효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방안의 경우 연금기금이 모두 바닥난 뒤부터 후폭풍이 본격화해 그해 지급할 연금을 그해 거둬들인 보험료로 충당하려면 소득의 최대 43%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 등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앞서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등 이해관계 집단 대표자 36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은 연금 전문가 등과 지난달 8∼10일 서울 한 호텔에서 2박 3일 합숙 워크숍을 열었다.

여기에서 숙의 끝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 등 2가지 안을 채택했다.

보험료율은 보험료가 월 소득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나타내는 비율로 '내는 돈'을,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은퇴 후 나중에 받는 연금액이 일하던 시절에 벌던 평균 소득에서 몇 퍼센트인지를 따지는 비율로 '받는 돈'을 각각 결정한다.

즉 숙의단이 채택한 안은 '보험료는 지금보다 많이 내고 연금은 지금보다 많이 받는 안', '보험료는 지금보다 많이 내고 연금은 그대로 받는 안'이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두고서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고 있는데, '더 내고 더 받는' 안에는 보장성 강화론의 주장이 적극 반영됐다.

이번에 숙의단이 제시한 안은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한 4차례의 숙의 토론회(4월 13, 14, 20, 21일)에서 다시 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공론화위는 숙의토론회 직전과 직후 총 3차례 설문조사를 하고, 최종 결과를 정리해 연금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를 토대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연금 개혁안을 완성할 방침이다.


[그래픽] 국민연금 가입률·노인 수급률 추이


원형민 기자

◇ '더 내고 더 받으면' 기금소진 후 재정부담 막대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의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공동 저자로 참여해 최근 펴낸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란 책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방안이 감추고 있는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짚었다.

5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체제의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추정되는데, 이 방안은 이런 기금 소진연도를 2062년으로 7년 늦춰준다.

비록 길진 않더라도 기금 소진시기를 뒤로 미루니 재정 안정의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까?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 인상(40%→50%)이 연금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있기 때문에 기금 소진 연도만 봐서는 중대한 착시와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주목해야 할 시기와 내용은 기금소진 연도 이후의 국민연금 재정 상태라고 오 위원장은 지적한다.

장기재정 추계에서 기금소진 연도는 단지 중간 지점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제한적 정보일 뿐, 기금소진 이후에 비로소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의 문제는 이때부터 본모습을 드러낸다고 오 위원장은 말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기금소진 이후 국민연금 재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는 '부과방식 비용률'로, 이는 기금고갈 뒤에 연금급여 지출을 당해연도 보험료 수입으로만 충당할 때(부과식) 필요한 보험료율을 의미한다.

현행 제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에서도 이런 필요 보험료율은 소득의 최대 35%이고, 이에 따른 연금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9.5%에 달한다.

오 위원장의 추계를 보면, '더 내고 더 받는' 체제(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에서 필요 보험료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이 치솟아 소득의 최대 43%에 이른다.

보험료 수입으로만 수급자에게 국민연금을 지급하려면 이때 가입자는 소득의 최대 43%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연금지출 규모는 GDP의 11.8%로 올라간다.

오 위원장은 "기금 소진 시기를 몇 해 연장하는 대가라기엔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비용이 너무 커진다"고 비판했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김주성 기자

◇ "소득대체율 올려도 현재·미래노인 빈곤개선 못하고 중상위층에 혜택 돌아가"

이렇게 미래세대에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기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65세 이상 현세대 노인의 빈곤은 물론 미래 노인빈곤 개선에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오 위원장은 직격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의 역사가 길지 않아 현재 노인 2명 중 1명은 아예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제도가 바뀌어 소득대체율이 올라도 이미 은퇴해서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지만, 상대적 빈곤선(기준 중위소득 50%) 아래의 미래 빈곤노인도 국민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기간(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국민연금 제도 바깥에 남거나, 연금 수급권이 있더라도 소득이 적고 가입기간이 짧아 소득대체율 인상의 이득을 보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그 수혜 대상은 저소득계층보다는 중상위계층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실제로 오 위원장은 2024년 기준(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299만원, 최저임금 206만원, 지역가입자 평균소득 103만원)으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할 때 2028년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소득 및 가입 기간별 연금 증가액을 계산해봤다.

그 결과,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고 월평균 100만원을 벌던 사람은 월 20만원이던 연금이 월 25만원으로 오른다. 한 달에 5만원을 더 받을 뿐이다.

이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이 월 200만원 벌면서 20년간 보험료를 낸다면, 연금액은 월 50만원에서 월 62만5천원으로, 월 12만5천원이 증가한다.

한 달에 600만원을 벌던 사람이 가입 기간 40년을 꽉 채울 경우 연금액은 월 180만원에서 월 225만원으로 껑충 뛴다. 월 45만원이나 오르는 셈이다.

현 제도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의 혜택은 고소득-장기 가입자로 갈수록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혜택이 중상위계층에 더 크게 돌아가 '역진적'이라는 말이다.

오 위원장은 "일부 전문가는 노후소득 보장이란 목표를 위해 재정 불안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지만, 정작 미래 빈곤할 가능성이 높은 노인의 소득을 올리는 데는 효과가 미미하고, 현재 빈곤한 노인들에게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 전문가는 재정 불안은 국가재정을 투입하거나 기업에 세금을 더 거두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 역시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뿐"이라며 "소득대체율을 올리자고 주장하고 싶다면 적어도 현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의 보험료를 내고서 말을 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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