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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렇게 썰렁한 병원은 처음"…충북대병원 외래 진료 축소 첫날
기사 작성일 : 2024-04-05 12:00:38

텅 빈 중앙 로비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 천경환 기자 = "항상 북적이던 병원이었는데…이렇게 썰렁한 건 처음 보네요"

충북 유일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한 첫날인 5일.

병원 1층 중앙로비에서 만난 환자 한모(72) 씨가 한산해진 주위를 둘러보며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라면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어디론가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의사들로 붐볐을 공간이었겠지만 이날은 다른 모습이었다.

2천명이 넘는 환자가 수납하는 로비인데 안내 전광판에 표시된 대기자는 한명도 없었다.

75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대부분 채워지지 않았고 복도 구석에 방치된 휠체어는 적막감을 더했다.

의사들은 정부의 의료정책이 강압적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카트에 담아서 진료과에 나눠주며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신경과 검사를 받으러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다는 한씨는 "뉴스로만 봤을 때는 의료 공백이 있다는 것을 잘 체감하지 못했는데 오늘 병원을 와보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며 "정부와 의사가 서로 양보하면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고 걱정했다.


의료정책 반대 유인물


촬영 천경환 기자

앞서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부재로 인한 전문의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이날, 이 병원 외래 진료는 평상시보다 75% 축소돼 이뤄지고 있다.

일부 환자는 병원을 찾았다가 외래 진료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안과 진료를 받으러 온 이모(60대)씨는 "병원에서는 오늘 진료가 어렵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하는데 확인을 못 하는 바람에 헛걸음했다"며 "의료 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픈데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괜히 서럽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안과 외래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안과는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검사가 많은데 진료 일수가 축소돼 평상시보다 대기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눈은 예민한 기관이라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우려하는 전화 문의도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외래 진료 축소 확대를 우려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암 진단을 받아 상급병원을 찾아왔다는 한 환자 보호자는 "대통령과 전공의가 최근에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 같다"며 "이 사태가 장기화하면 남은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더 쌓일 텐데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충북대병원은 경증 환자 전원 조치 등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중증·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응급하지 않은 환자는 타 병원으로 전원 지키는 등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산한 충북대병원


촬영 천경환 기자

전국적으로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잇따르는 가운데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200여명 중 60% 이상(11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전체 의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공의 148명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의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평소에 비해 약 50%, 병상 가동률은 40%대로 뚝 떨어졌다.

도내 유일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들이 빈번하게 숙직 근무를 하며 운영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번 사태로 일일 수익이 3억여원 감소했고, 이달부터는 매월 90억여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며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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