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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떼죽음' 원인 지목된 ASF 울타리…정부, 일부 시범개방
기사 작성일 : 2024-04-11 14:00:41


지난달 13일 강원 양구군 산양·사향노루센터에서 올겨울 폭설로 고립·탈진했다가 구조된 산양들이 쉬며 기운을 회복하고 있다. [ 자료사진]

이재영 기자 = 지난겨울 천연기념물 산양이 유독 많이 폐사한 원인으로 지목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일부가 개방된다.

환경부는 오는 12일 강원 북부지역 산양 보호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이번 자문회의에서는 ASF 차단 울타리 일부를 개방해 울타리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시범사업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약 3천㎞에 달하는 ASF 차단 울타리가 설치돼있다.

정부가 설치한 광역 울타리와 농가 밀집지 울타리가 각각 1천831㎞와 113㎞,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2차 울타리와 전기 울타리가 각각 908㎞와 147㎞이다.

환경부가 2019년 1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설치한 광역 울타리 가운데 64%(1천179㎞)는 강원에 설치돼있다. 북한 쪽에서 넘어오는 멧돼지에 의한 ASF 확산 방지가 울타리의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울타리가 다른 야생동물 이동도 막아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점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폐사한 산양이 537마리에 달했는데 폭설로 먹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ASF 차단 울타리가 이동까지 막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재작년 11~12월과 작년 1~2월 폐사(멸실)한 산양이 각각 2마리와 13마리였으니 지난겨울 유독 많은 산양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강원 북부에서 환경부에 구조된 산양은 214마리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1년간 ASF 차단 울타리 생태계 영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조사의 일환으로 20곳의 울타리를 2~4m 개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20곳은 산양 서식지, 야생동물 이동로,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중심으로 자문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선정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ASF 차단 울타리가 지난겨울 산양 폐사 주원인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폭설로 산양이 폐사한 현상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폐사 원인과 현황을 더 자세히 살피고 기후변화로 잦아지는 자연재해에 대비한 대책을 꼼꼼히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울타리보다는 폭설을 주원인으로 본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겨울 날씨가 유달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눈이 많이 내리고 녹지 않으면서 땅에 붙은 풀을 못 먹은 데다가 다리가 짧은 신체 특성상 눈이 쌓였을 때 이동에 소진되는 체력이 급격히 늘어 탈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전했다.

ASF 차단 울타리에 대해 환경부는 'ASF 확산을 지연시켜 대응할 시간을 벌어준 수단'으로 보고 있다. 최근 ASF가 확산세인 충북과 경북에서 그나마 소강상태인 강원과 경기 남부지역으로 재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야생멧돼지 ASF 감염은 지난 2019년 10월 처음 확인된 뒤 지난달 25일까지 총 3천861건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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