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4.12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올해 세번째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10회 연속 동결됐다. 3.5% 기준금리가 1년 2개월가량 이어지는 셈이다. 기준금리 동결로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키로 한 것은 물가를 비롯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국내 경기상황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감안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중에서도 물가 불안이 가장 주된 요인이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지난 두달 연속으로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8%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이는가 싶었는데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2월과 3월은 3.1%로 올라섰다. 한은은 소비자 물가가 목표 수준(2%)에 조기에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변수들이 많다.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 내 불안이 고조되면서 최근 배럴당 90달러 안팎에 이르렀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올해 연고점을 경신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날 기준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1,375원에까지 이르렀다. 유가와 환율 오름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기 등 국내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사실상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물가 안정을 위해 국내외 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국내 부동산·금융 시장에 미칠 여파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올해 들어 금리의 조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대두하기도 했지만 물가 상승 추이에 따라선 당분간 고금리 추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부동산 PF와 금융 시장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발 불안 요인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부실 사업장 정리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당부했다.

한은은 국내 경기와 관련해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돼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 경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IT 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변수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물가 안정세를 조기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고금리 기조 속에서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가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