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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국영방송 라이, 정부 통제·간섭에 줄퇴사…'국민 MC'도 이직
기사 작성일 : 2024-04-16 05:00:58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 떠나는 아마데우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총리 취임 이후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에서 간판급 방송 진행자들의 이직이 잇따르고 있다.

라이를 대표하는 '국민 MC' 아마데우스(61)마저 라이를 떠나기로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아마데우스는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며 "이제 새로운 직업적, 개인적 도전을 할 때"라고 작별을 고했다.

아마데우스와 라이의 계약은 8월 31일 종료된다. 그는 11월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가 소유한 민영방송 노베(NOVE)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아마데우스는 라이에서 황금시간대 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했고, 지난 5년간 라이가 주최하는 '국민 가요제' 산레모 가요제의 진행자 겸 예술 감독을 맡았다.

지난 2월 6∼10일 열린 산레모 가요제는 평균 시청률 66%를 기록하며 라이에 천문학적인 광고 수익을 안겼다.

라이는 아마데우스를 붙잡기 위해 거액의 금액을 제시했지만, 아마데우스는 이날 잠파올로 로시 라이 사장과 면담 자리에서 결별을 통보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라프레세는 라이가 아마데우스에게 재계약 조건으로 3년 1천500만유로(약 221억원)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아마데우스의 이직 발표는 최근 몇 년간 라이를 떠난 스타 진행자들의 이탈과 맞물려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라이3' 채널에서 정치 토크쇼 '카르타비안카'를 진행했던 비안카 베를린구에르가 34년간 몸담았던 라이를 떠나 민영방송 메디아세트로 이직했다. 비안카는 이탈리아 공산당 지도자 엔리코 베를린구에르의 딸로도 유명하다.

또한 인기 TV 토크쇼 '케 템포 케 파'(Che Tempo Che Fa·날씨는 어떤가요)를 진행했던 파비오 파치오도 지난해 30년간 일했던 라이를 떠나 노베로 둥지를 옮겼다.

라이 사장을 지냈던 베테랑 방송인 루차 안눈치아타도 정부의 간섭에 불만을 토로하며 마이크를 내려놨다.

이밖에 뉴스 앵커인 릴리 그루베를 비롯해 다른 진행자들도 잇따라 라이를 등지고 다른 방송사로 이직했다.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라이는 항상 정부의 영향을 받아왔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무자비한 수준"이라며 "그들은 라이를 장악하고 그들의 사고방식대로 뉴스를 바꾸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2022년 9월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라이 토크쇼에서 우파 정당에 비판적인 내용이 방송된 것이 발단이라고 전했다.

우파 정당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했고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이후 라이에 대한 통제와 간섭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멜로니 총리가 집권한 이후 카를로 푸오르테스 라이 사장은 지난해 5월 정부의 압력을 이유로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자진 사임했다.

신임 사장에는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추천한 로시가 임명됐다.

로시 사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지하는 트윗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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