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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의대교수 사표 효력…무더기 사직사례 나올까
기사 작성일 : 2024-04-21 07:00:33

의대 교수 사직서 25일부터 효력 발생


윤동진 기자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사직서를 내고 지난 한 달간 필요한 수술을 하며 환자를 정리했습니다. 교수들은 준비가 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병원을 떠날 것입니다."(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의대 교수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달 25일 제출한 사직서가 이달 25일부터 효력을 발생하며 실제 의료현장을 떠나는 교수들의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들은 이미 전공의 사직으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신규환자 진료가 축소됐는데, 교수들까지 사직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원점 재검토' 요구


(대전= 김준범 기자 =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4.4.5

◇ 교수들 25일부터 병원 떠난다…"진료할 수 없어 체념"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시작된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이달 25일부터 실제로 사직하는 교수들이 생길 수 있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에 "사직서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정말로 사직하려고 낸 것"이라며 "교수님들은 준비가 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한 달간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수술하며 정리를 해왔다"며 "이번 달 말에 사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일손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의사로서 좌절감을 느꼈다며 사직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소속된 병원 특성상 전국 병원에서 어려운 환자를 의뢰받아서 수술해왔는데, 지금 병원에 교수 몇 명밖에 남지 않아 살릴 수 있는 환자를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전까지 해왔던 치료를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것을 견디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상 연구까지 하며 환자 치료에 끝까지 애쓰던 종양내과 교수님들도 이젠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을 설명하고 호스피스를 알아보고 있다"며 "우리 능력의 60%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와 체념으로 기가 꺾여버렸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단체는 25일부터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그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9일 온라인 총회를 열고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는 25일 이전에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천명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하는 의대 교수들


임화영 기자 =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3.28

◇ 집단 사직 얼마나 될까…"인사과에 사직서 제출 안 된 경우도"

현재로서는 얼마나 많은 교수가 실제 사직에 동참할지는 알 수 없다.

교수들이 의대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한 사직서가 인사과에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사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교수님들이 제출한 사직서가 25일부터 효력이 있다고 하지만, 인사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대위가 사직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실질적인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별 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직 여부는 전적으로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3월 25일에 교수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모아서 학장님께 제출했는데 아직 수리된 경우는 없다"며 "비대위는 사직하라 말라 하지 않을 것이고, 교수님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인사과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비대위에 맡긴 사직서를 도로 가지고 간 교수님도 있고, 아직 맡겨놓은 분도 있다. 사직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들이 얼마나 많이 사직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 사태가 있기 전에도 주니어 교수들을 중심으로 적은 봉급과 장시간 근무 등을 이유로 퇴직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 사직서 제출을 가장 먼저 한 사람들도 주니어 교수들이었다. 주니어 교수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응급진료센터 찾은 환자


신현우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60일째인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 앞에서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2024.4.18

◇ "신규환자 진료 축소 불가피"…환자들, 치료 시기 놓칠까 '전전긍긍'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워온 의대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미 축소된 신규환자 진료가 더욱 제한될 예정이어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의비는 지난 19일 총회 후 "대학별 과별 특성에 맞게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의비 관계자는 '진료 재조정' 시 신규 환자 진료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들이 사직하면 신규환자를 보는 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회의 참여자들이 동의했다"며 "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해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한 수련병원에서 혈액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물리적·정신적 한계에 부닥치며 어쩔 수 없이 초진을 줄이고 암이 진행된 환자를 위주로 보고 있지만 불안하다"며 "사람에 따라 초기라도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병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진행된 사람만 받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병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시에 수술이나 치료받지 못해 피해를 본 환자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8일까지 조사한 환자 불편·피해 사례에 따르면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 한 환자는 이미 암 병력이 있고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였지만, 몸에 생긴 종양이 암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받지 못했다.

이 환자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어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너무 높고 이미 암을 2번이나 앓아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예정된 검사가 취소됐거나 초진, 신규 입원이 몇 달 뒤로 미뤄진 사례도 다수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미 신규 환자 진료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교수들이 더 진료를 줄이겠다고 해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기보다는 환자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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