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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온양면' 전략 먹힐까…의사는 "증원 원점 재검토" 고수
기사 작성일 : 2024-04-22 15:00:30

의사들은 어디로


서대연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4.17

오진송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을 각 대학이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의료개혁 후퇴는 없다고 못 박으며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의대증원 백지화'를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고수하며 이번 주에 출범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상태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주재하는 조규홍 장관


(세종= 배재만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4.22

◇ 정부, 한발 물러서면서도 "의료개혁, 반드시 가야할 길"

22일 정부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 등 의료계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대 증원 자율 조정'과 '의료개혁특위 출범' 등 일종의 당근책을 제시하면서도, 의료개혁의 의지는 다시 한번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의료개혁은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시급한 필수의료 확충이 지연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와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의료계에 재차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수용해 내년도에 한정해 증원 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면서 '2천명 의대 증원'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부는 의료개혁특위를 출범시켜 의료가 요구해온 의료인력 수급현황의 주기적 검토방안과 필수의료 투자방향 등 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개혁과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장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특위는 6개 부처 정부위원과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 등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된다.


보건복지부 앞에 놓인 응원 화환과 근조 화환


(세종= 배재만 기자 =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보건복지부를 응원하는 화환과 비난하는 근조 화환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024.4.22

◇ 의료계는 대화 거부…교수 사직·의대생 유급 위기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꽉 막힌 의료개혁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대증원 백지화'를 고수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대학별 의대 증원 자율 조정과 의료개혁특위 참여 제안에 대해 모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의협 비대위는 20일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대학별 증원 자율 조정에 관한) "정부 발표는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의협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개혁특위에 대해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한 특위로 안다"며 "의사 수 추계위원회 등은 (의료계와) 1대1로 따로 운영돼야 한다는 걸 지속해서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오는 25일부터 사직을 시작할 것을 예고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온라인 총회를 열고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는 25일 이전에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천명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점 재검토' 요구


(대전= 김준범 기자 =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4.4.5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이달 25일부터 실제로 사직하는 교수들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의대 교수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없다며 25일이 돼도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밝혔지만, 일부 의대 교수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사직서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정말로 사직하려고 낸 것"이라며 "교수님들은 준비가 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교수가 사직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 사태가 있기 전에도 주니어 교수들을 중심으로 적은 봉급과 장시간 근무 등을 이유로 퇴직 움직임이 있었다. 주니어 교수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의대생 '집단유급 마지노선'도 다가오고 있어 의정 갈등도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전날까지 전국 40개 의대의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1만626건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56.5%에 해당한다.

개강했는데도 수업 거부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은 집단 유급에 처할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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