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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협약 초안 마련될까…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 개최
기사 작성일 : 2024-04-23 07:00:35

브라질 리우 '바다 쓰레기' 속 거북이


[EPA= 자료사진]

홍준석 기자 = 플라스틱 오염을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종식하기 위한 국제협약 초안이 이달 중에 마련될지 주목된다.

23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29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개최된다.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규제를 가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이다.

국제사회는 재작년 2월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올해까지 다섯 차례 정부 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마지막 협상은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정부 간 협상이 끝나면 내년 유엔 전권외교회의를 통해 협약이 채택될 전망이다. 전권외교회의 개최지로는 플라스틱 협약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에콰도르, 페루, 르완다, 세네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런 노력은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천만t(톤)에서 2019년 4억6천만t으로 늘어났으며, 2060년에는 12억3천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도 2000년 1억6천만t에서 2019년 3억5천만t, 2060년 10억1천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한 상황이다.


가득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수원= 홍기원 기자 = 지구의 날인 22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2024.4.22

◇ 생산단계 규제 가능할까…전세계 공동목표 만들지도 쟁점

작년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진행된 INC-3에서는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이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유국과 개발도상국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INC-1에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종식을 '전 주기'에 걸쳐서 '인간 건강과 환경 보호를 위해'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산유국과 개발도상국은 '전 주기' 개념을 수정하고 생산단계 규제를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소비 제한이나 폐기단계 규제에 보다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결국 INC-3은 별다른 진전 없이 초안을 회람하는 단계에서 끝났다. 오히려 논쟁적이거나 의미 없는 내용을 여러 차례 넣는 등 초안보다 후퇴한 '초안의 초안'만 작성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산유국과 개도국이 성안 저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엔 회의는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연장 없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NC-4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반복되는 내용을 정리해 초안을 간소화하고 규제 범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됐다.

구체적으로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산,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유해화학물질의 규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 제고 등 생산단계 규제가 포함될지가 주요 쟁점이다.

이행 수단을 두고 글로벌 공동 목표를 세울지, 국가별 이행 목표를 설정할지를 두고도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다.

또 신규 기금 신설과 기술이전 등 문제를 놓고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와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처럼 협약 이행에 도움을 줄 전문가 패널을 구성할 수 있을지도 관전 요소다.



21일(현지시간) INC-4 개최지인 캐나다 오타와에서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 최소 75% 감축'을 요구 중인 그린피스 활동가의 모습 [그린피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석유화학 강국' 한국 입장 아직 불분명…"중재자 역할 해야"

협약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일단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는 계속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를 통해 출범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대망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HAC)에 가입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을 포함한 65개국이 참여하는 HAC는 플라스틱 협약에 있어 최대 '계파'다.

아울러 INC-5를 부산에 유치했고, 지난달에는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와 함께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개최국 연합을 구성했다.

다만 한국 석유화학 산업 규모가 세계 4∼5위 수준이다 보니 플라스틱 협약이 국내 경제에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 플라스틱 오염 저감에 기여해야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자를 대변하기도 해야 한다"라며 "INC-4 협상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INC-5 개최국인 만큼 한국이 중재자로 나설 필요가 있으며, 플라스틱 협약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오염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와의 통화에서 "산유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소극적 입장과 유럽 국가 중심의 강경한 입장 사이에서 우리가 협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생산량도 줄어들긴 하겠지만 원료 자체를 친환경 원료로 대체하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여야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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