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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박영서 기자 = 지난밤 음주 상태로 교통사고를 낸 뒤 전조등을 끄고 파출소 앞을 지나던 운전자가 때마침 당직 근무를 서던 파출소장의 눈썰미에 덜미가 잡혔다.

24일 강원 양구경찰서 해안파출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9분께 파출소 앞으로 흰색 승용차 1대가 지나갔다.

당직 근무 중 떨어지는 빗소리에 파출소 밖에 나와 있던 파출소장 김시당 경감은 '찌그덕' 거리는 큰 소리를 이상히 여겨 차량을 자세히 살폈다.

확인 결과 흰색 승용차 1대가 범퍼가 깨진 채 바닥에 끌리면서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어둑한 거리를 시속 30㎞가량으로 지나가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교통사고 도주 차량'임을 직감한 김 소장은 곧장 직원들과 순찰차에 올라 승용차를 추격했다.

넓은 도로를 벗어나 샛길로 빠졌음을 알아챈 김 소장은 차량을 발견하고는 사이렌을 울리며 정차를 요구했으나 운전자는 정차하는가 싶더니 계속해서 달아났다.

1㎞가량을 쫓아 차를 세운 경찰이 운전자 A(66)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0.08% 이상)를 웃도는 0.133%였다.

A씨는 술을 마신 장소와 차량 파손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김 경감은 차량 상태로 미루어보아 전신주 같은 단단한 물체를 들이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에 파손된 시설물이 있는지 살폈으나 큰 사고의 흔적이나 112 신고가 들어온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