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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자치구 이름 싹 바뀐다…동서남북 버리고 정체성 반영
기사 작성일 : 2024-04-24 11:00:41

인천 서구청


[인천시 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 신민재 기자 = 인천시가 국내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동서남북 방위(方位)식 자치구 이름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인천시는 서구와 구 이름을 지역 특성에 맞게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서구가 주민 의견 수렴과 명칭 공모, 구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자치구 명칭 변경을 시에 건의하면 인천시는 시의회 의견 청취 후 행정안전부에 관련 법률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인천 10개 군·구 중 동서남북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서구 외에 중구와 동구가 있다.

그러나 중구와 동구는 인천시가 추진 중인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2026년 7월에는 영종도 중심의 영종구와 내륙 지역의 제물포구로 재편될 예정이다.

남동구의 경우 방위 개념의 '남동(南東)'이 아니라 '고을 동(洞)'자를 쓴 '남동(南洞)'이어서 방위식 명칭은 아니다.

이밖에 미추홀구는 50년간 사용한 '남구'라는 이름을 법률 개정 등 2년간 관련 절차를 밟고 2018년 '개명'을 마쳤다.

행정 편의적인 방위식 행정구역 명칭은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식민지 행정 잔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총독부는 1914년 행정구역의 대폭적인 개편 당시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 등을 사용해 지명을 변경하면서 우리 고유의 자치성과 공동체성을 파괴했다.

현재 서울시와 6대 광역시에서는 중구·동구 각각 6개, 서구 5개, 남구·북구 각각 4개 등 25개 자치구가 방위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방위식 이름은 아니지만,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한 행정구역 명칭을 버리고 지역 발전 전략에 맞춘 새 이름으로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강원도 영월군은 '탄광촌'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2009년 하동면과 서면을 각각 김삿갓면과 한반도면으로 바꿨다. 그 결과 영월군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2010년 185만명에서 2013년 373만명으로 늘었다.

포항시 호미곶면도 2010년 기존 명칭(대보면)에서 새 이름으로 바꾼 뒤 전국적인 일출 명소로 알려져 연간 250만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방위식 자치구 이름은 지역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제 식민지 행정의 잔재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서구가 지역 특성을 살린 새 이름을 갖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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