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제주 '금악담' 돌탑 허물자 우렁찬 맹꽁이 울음이 돌아왔다
기사 작성일 : 2024-05-07 15:00:31
영상 기사
폴짝폴짝 뛰는 제주 '금악담' 맹꽁이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 고성식 기자 =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분화구 습지(금악담)에서 소원을 비는 돌탑 쌓기를 멈추자 보호종 맹꽁이들이 돌아왔다.

7일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날 금악담 습지 화산석 아래 숨은 맹공이 10여마리가 목격됐고 맹꽁이가 산란한 난괴(알 덩어리)가 습지에 다량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비가 내려 물이 충분히 고이고 또 돌탑을 허문 덕에 짝짓기를 끝낸 맹꽁이들이 돌 틈 사이에 서식하고 있다.

최슬기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금악담을 정비해 놓은 덕에 많은 양서류가 제대로 봄을 맞았다"며 "맹꽁이도 다수 확인하고 짝짓기와 알 등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짝짓기 중인 '금악담' 맹꽁이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금악담에는 몇 년 전부터 이른바 소원탑을 쌓은 게 유행처럼 번졌다.

탐방객들이 탑을 쌓으려고 주변 돌들을 옮기는 바람에 양서류들의 서식지가 훼손됐다.

나무와 수풀이 거의 없는 금오름 분화구인 금악담에 사는 양서류에게 화산송이(화산석)는 유일한 그늘막이다.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 아래 있어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는데, 탐방객들이 돌탑을 쌓으려고 돌을 옮겨버리면 피부 호흡이 힘겨워진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달 금악담 내 돌탑을 모두 치우고 안내판을 추가 설치했다.


제주 '금악담' 맹꽁이 난괴(알 덩어리)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또 정기적으로 점검을 벌여 정상 습지와 양서류를 보호하기로 했다.

최 국장은 "안내표지판이 분화구 내 진입하는 길목에 있지 않고 등지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고, 양서류에 대한 설명이 없고, 분화구 진입으로 사면 훼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금오름에는 산 정상부에 52m 깊이의 분화구가 있고 그 안에 '금악담'이라고 불리는 화구호 습지가 형성돼 있다.

습지에는 유기물이 풍부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를 비롯해 제주도롱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의하면 지난해 이곳에서 맹꽁이 330여개체와 10만여개의 맹꽁이알이 확인됐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