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불황 여파 바닷장어 어민들 또 자체 휴업…"조업할수록 손해"
기사 작성일 : 2024-05-08 15:00:37

정박한 통영 바닷장어 어선


[근해통발수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영= 이준영 기자 = 경남 남해안 바닷장어 어민들이 극심한 업계 불황에 또다시 조업을 중단했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근해통발수협은 지난 1일부터 조업을 잠정 중단하고 내달 15일까지 자율 휴어기를 갖는다고 8일 밝혔다.

이 기간 조합 소속 어선들은 각 15일(1항차 조업 기간)씩 조업에 나서지 않는다.

이번 휴어에는 어선 40척이 동참한다.

근해통발수협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조업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 또 휴어기에 들어감으로써 불황 여파 장기화를 우려한다.

통영을 중심으로 남해안을 근거로 한 근해통발수협은 바닷장어가 주요 수산물인 근해장어통발어업인 조합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바닷장어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생산자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 인상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 겹치며 어업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따졌을 때 최저 생산원가는 1㎏당 9천원 수준이지만 현재 시세는 8천원대에 머문다.

몇 해 전 1만1천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27%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선주들은 출어 경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수십년째 근해통발 어업에 종사하는 60대 선주 A씨는 "기름값이 경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1㎏당 가격이 지금보다 3천원은 올라야 하지만 가격 방어가 안 돼 견디기 힘든 수준이다"며 "조업을 중단하더라도 선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 채산성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공급은 매년 늘지만, 소비는 경기침체 등 여파로 줄어들면서 재고만 쌓이는 형국이다.

근해통발수협에 따르면 현재 냉동품 재고는 약 950t에 달한다.

앞서 조업을 중단했던 지난해 11월(약 900t)보다도 더 많이 쌓였다.

근해통발수협과 어민 단체는 이러한 불황 속에 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각종 행사와 홍보 등으로 자체적인 소비 촉진활동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근해통발수협과 바다장어자조금위원회가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제1회 통영 바다장어 축제'를 열고 바닷장어 홍보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바닷장어를 맛보거나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며 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안휘성 바다장어자조금위원회장은 "조업을 중단한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업계가 어려우니 선주들끼리 소비 촉진 활동 등을 하면서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