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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른 폭염에 벌써 지친 시민들…쪽방촌 주민들은 한숨만
기사 작성일 : 2024-06-19 15:00:34

더운데 환기도 안 되는 쪽방촌


(대전= 이주형 기자 =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대전시 동구 정동 쪽방촌의 한 여인숙 안에서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 2024.6.19

(대전= 이주형 기자 =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일대는 행인 하나 없이 쥐 죽은 듯 고요했다.

10m 남짓한 대로변으로는 음식점과 상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요란스러웠지만, 쪽방촌 길가에 놓인 실외기는 단 한대도 작동하지 않았다.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만 뙤약볕을 받았고, 쪽방촌 주민들은 저마다 2평(6.6㎡) 남짓한 방 안에서 선풍기 한 대로 이른 무더위를 버텨내고 있었다.

주민 안모(70대)씨는 "대전역이나 은행, 무더위쉼터를 가도 되지만 눈치가 보인다. 너무 더울 땐 그냥 방에 있는다. 외출할 엄두가 안 난다"며 미지근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안씨는 "작년에는 이렇게 덥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6월부터 무더위가 유난스럽다"며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 이모(50대)씨는 방에 고물이나마 에어컨이 있지만 한 번도 켜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월세 20만원 내기도 빠듯하다"며 "사실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고장 난 선풍기라도…


(대전= 이주형 기자 =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대전시 동구 정동 쪽방촌 한 주민이 고장 난 선풍기로 이른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2024.6.19

쪽방촌에서 멀지 않은 대전역 앞에서 만난 시민들도 때 이른 무더위에 양산이나 우산을 쓰고 손부채질하기 바빴다.

군밤과 찐 옥수수, 가래떡구이를 파는 노점을 찾은 손님은 한 명도 없었지만, 냉면과 메밀국수를 파는 음식점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폭염 그늘막 안에서 횡단보도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이모(30대)씨는 "출장을 가려고 대전역을 찾았는데 너무 더워서 벌써 셔츠 안이 다 젖었다"며 "점심도 시원한 거로 먹었다"고 했다.

장모(60대)씨는 "장마 후에는 더 더워질 텐데 걱정"이라며 "논산에 홀로 살고 있는 엄마한테도 밭에 나가지 말라고 매일 전화한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폭염 그늘막 활짝


(대전= 이주형 기자 =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대전시 동구 정동 대전역 인근 횡단보도에 폭염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2024.6.19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무더위가 이어지자 행정당국도 각기 폭염 대응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고령층과 쪽방촌·노숙인 밀집 지역 등 폭염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폭염특보 발효 시 생활지원사를 통해 폭염 취약 고령층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유관기관과 함께 폭염 취약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폭염 예방 용품도 나눠줄 방침이다.

폭염 그늘막과 무더위쉼터 점검을 완료한 세종시는 이날 시 전역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자 도로 복사열 및 도심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살수차를 운행하고 폭염특보 정보를 전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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