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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눈금 돌부터 왕실의 편지까지…옛사람의 기록을 찾아서
기사 작성일 : 2024-06-24 11:01:11

전시장 전경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지난 2014년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 일대의 강변. 발굴 조사가 한창이던 현장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조사단의 눈에 들어온 건 기다랗게 생긴 돌 하나.

돌 위에는 0.4㎝ 간격으로 일정하게 새긴 23개의 눈금이 있었다. 마치 자와 비슷하게 보이는 이 돌은 동아시아 지역 어디에서도 확인된 바 없는 독특한 유물이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남긴 눈금 돌부터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를 정리한 의궤(儀軌)까지 기록에 주목한 전시가 열린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기록, 맵 오브 유(Map of You)'를 통해서다.


눈금이 새겨진 돌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청주박물관은 "선사시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이 소장한 주요 문화유산 가운데 기록과 관련한 유물 140여 점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전시는 옛사람들이 남긴 '수수께끼'를 비추며 시작된다.

다양한 기호와 기하학적 문양이 남아있는 석기, 청동기, 토기를 한자리에 모았다. 초기 철기시대 지배자의 상징인 거울,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발견된 눈금이 새겨진 돌도 볼 수 있다.


세종 태실 석난간 수리를 기록한 의궤


사천시청 소장품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 관계자는 "이 돌은 사냥한 동물의 숫자나 종족의 인원수, 날짜 등을 세는 원시적인 측정 도구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기호는 '기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통치와 관련된 기록 문화유산도 비중 있게 다룬다.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재위 1418∼1450) 태실의 돌난간을 고치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도 공개된다. 태실은 태아를 둘러싼 조직인 태를 항아리에 봉안한 뒤 조성한 시설이다.

먹, 젓가락 등 다양한 물건에 담긴 마음 역시 중요한 기록이다.


단산오옥이 새겨진 먹(보물)과 제숙공처가 새겨진 젓가락 등 유물


먹의 정식 명칭은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명 고려 먹'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8년 청주 동부 우회도로 건설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보물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丹山烏玉)명 고려 먹'은 가장 오래된 먹으로 알려져 있다.

무덤에서 출토됐을 당시 이 먹은 무덤 주인의 머리맡 부근에 있었다. 단산은 단양의 옛 이름으로, 단양의 토산품 가운데 단산오옥을 최상품으로 여긴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함께 발견된 젓가락에는 '제숙공의 부인이 죽은 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있어 죽은 이를 추모하고 내세에서의 평안한 삶을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숙명공주에게 보낸 한글편지(보물)


보물 정식 명칭은 '숙명신한첩'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효종(재위 1649∼1659)과 인선왕후 등이 셋째딸 숙명공주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보물 '숙명신한첩'(淑明宸翰帖) 역시 눈여겨볼 만한 기록물이다.

조선 왕실 가족의 일상과 한글 서체가 변천하는 과정을 연구할 때 도움이 되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요 유물과 그 의미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8곳을 마련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옛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삶의 방향과 가치를 돌아보고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전시장 전경


[국립청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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