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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이다] "힐링 식문화 만들 터"…음식으로 구도심 부흥 32세 대표
기사 작성일 : 2024-07-14 08:00:33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이학민 대표


[촬영 박정헌]

(진주= 박정헌 기자 = "사업을 시작할 때 성공보다 '무조건 하자', '목표를 달성하자'고 생각했어요. 안 해서 못 하는 거라 생각하기에 다들 꿈을 크게 가졌으면 합니다. 목표가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되죠."

'무감씨롱' 이학민(32) 대표는 경남 진주에서 도시재생과 요식업을 결합해 지역에서 '핫플레이스'(인기 장소)로 손꼽히는 음식점 4개를 운영 중인 청년 창업인이다.

20살 이후 부산에서 지내던 그는 외롭고 힘든 타지 생활에 지쳐 있던 중 고향인 진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부모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요식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16년 진주로 돌아와 광택·코팅 등을 해주는 자동차 디테일링 매장을 열어 자본금을 마련했다.

이 대표가 한푼 두푼 알뜰히 모은 돈으로 첫 가게를 낸 장소는 도심 번화가가 아닌, 상권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구도심 망경동의 한 허름한 한옥이었다.

남들처럼 가게가 밀집한 번화가에 프랜차이즈 업체를 하나 차려 영업하고 싶지 않았다.

지역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방문객을 끌어모으려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게가 아닌 고유의 개성을 지녀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며 흔히 하는 상권 분석 대신, 장소가 주는 분위기와 고유의 색깔에 집중했다.

눈을 크게 뜨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어디에 있나 찾기도 힘든 골목길에 자리한 한옥 카페 '은안재'는 2020년 그렇게 등장했다.

'ㄷ자' 모양의 가옥에 소박한 정원 하나가 가운데 자리한 '은안재'는 특유의 고즈넉하면서 평화로운 정취 때문에 입소문을 타며 금세 인기를 끌었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가 성행하며 개성을 뽐내야 할 지역 요식업계가 다 죽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창업할 때 가게 인테리어부터 메뉴, 레시피, 소품까지 하나하나 직접 정하며 가게만의 독자적 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학민 대표와 '밭밭' 종업원들


[촬영 박정헌]

이후 그는 90가지가 넘는 다양한 위스키와 진, 칵테일을 파는 '남강슈퍼', 일본식 포장마차 '사이카이', 베트남 음식점 '밭밭' 등 지역에서 찾기 힘든 이색적 가게를 잇따라 내놓았다.

사업 확장과 매장 관리를 위한 '무감씨롱'이라는 회사도 만들었다.

'무감씨롱'은 '먹어 가면서 해라'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살면서 제때 끼니를 챙기는 일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이 대표가 선보인 가게는 메뉴부터 유형까지 어느 하나 겹치는 게 없으나 크게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인적 드문 외진 곳에 자리했으나 쉽사리 찾기 힘든 고유한 매력으로 손님들이 시간을 들여 찾아오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가게 홍보를 위해 단돈 10원이라도 써본 적 없다"며 "분위기와 서비스, 음식 등으로 기본에 충실하면 점점 입소문이 퍼져 알아서 찾아오는 장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자들이 신음할 때도 이 대표의 가게는 적자를 보지 않았다.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면 음식을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며 회전율이 높아져 오히려 수입은 더 늘었다.

무엇보다 가게마다 지닌 독특한 개성 덕분에 이제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진주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할 명소가 됐다.

가령 옛날 슈퍼마켓을 개조한 '남강슈퍼'의 경우 연예인들까지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웹툰 '경이로운 소문'으로 유명한 장성용 작가는 진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중 우연히 '남강슈퍼'를 알게 되며 "이곳 때문에 진주에 눌러앉기로 결심했다"고 이 대표에게 말하기도 했다.


영업 중인 '남강슈퍼'


[이학민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대표는 "매일 오전 9시에 일과를 시작해 새벽 4시에 잠들 정도로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고 신경 쓸 부분도 많다"며 "그렇게 힘들게 일하다가 방문객들로부터 '진주에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웃어 보였다.

그의 포부는 지역을 넘어 전국에 진주의 개성과 맛을 알리고, 동시에 꿈은 있으나 자본이 모자란 청년들을 돕는 것이다.

이에 진주에 있는 매장이 자리를 잡으면 다른 지역에도 가게를 내며 청년들을 위한 창업 컨설팅도 병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 이 대표의 고민이라면 인구 유출 심화로 자신의 구상을 현실로 함께 만들어 갈 지역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뜻이 맞는 또래 7명과 함께 합을 맞추고 있지만 늘 일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 대표는 "낙후된 지역을 문화가 있는 거리로 만들고, 맛있는 음식으로 힐링할 수 있는 식문화를 만들겠다"며 "다른 조건은 필요 없이 끼와 에너지가 넘친다면 함께 일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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