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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채상병의 헌신 기리자면서 정쟁으로 날새는 여야
기사 작성일 : 2024-07-19 18:00:37

'탄핵청원' 청문회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신준희 기자 =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해당 청원이 내건 윤 대통령 탄핵 사유 5가지 중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2024.7.19

스무 살 꽃다운 나이의 병사가 대민 지원 활동 중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복구에 동원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던 해병대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수심을 가늠할 수 없는 흙탕물에 구명조끼도 없이 들어갔다가 거센 물살에 떠내려갔고, 전우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무리한 수색을 강행한 지휘관들의 잘못이 컸지만, 아직 제대로 책임 규명 작업조차 끝나지 못했다.

채 상병 순직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고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쳇바퀴를 돌고 있다. 경찰은 순직 1주기를 앞두고 사건 당시 임성근 사단장에 대해 관리 감독과 순직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무혐의 처분했다. 반면 여단장은 인과관계 인정 논란이 있다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방부 고위 인사들의 외압 의혹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 사건 연루자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으나 비밀번호 잠금을 풀지 못해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국민 청원' 청문회에 출석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싶은데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을 생명처럼 여길 것을 독려하는 군 고위 장성이 자신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는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한 로비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채상병 사건을 대하는 여야의 태도는 진정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목소리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하면서 특검 도입 문제를 놓고 소모적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순직 1주기인 이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윤 대통령 탄핵 5가지 사유 중 하나로 언급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들어 법사위의 탄핵청원 청문회를 강행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법청문회라며 시작 전 회의장 밖에서 피켓 시위와 연좌 농성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서려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과 보좌진 등이 뒤엉켜 일부 의원이 넘어지는 등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여당은 채상병 사건 특검을 수용하자는 여론이 여전히 높고 야당은 이번 청문회가 대통령 탄핵의 명분 쌓기용으로 비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 사안의 본질은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공수처가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내놔야 한다. 그래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면 여당은 윤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특검 추진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도 특검 협상의 여지를 열어놔야 한다. 진정으로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원한다면 여당 내에서도 거론되는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채 상병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진정으로 기린다면 여야가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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