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삶-특집]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 820만원…국민한테는 왜 안주나"
기사 작성일 : 2024-07-22 08:00:03

[※ 편집자 주= 이번 특집은 그동안 [삶] 인터뷰이들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만 묶은 것입니다.]


올해 1월 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최근에 그는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촬영 이다빈]

윤근영 선임기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왜 국회의원들에게 명절휴가비 820만원을 줘야 합니까. 그들의 급여는 그걸 빼도 세계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톱 수준입니다. 명절은 국회의원만 쇠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모든 국민들에게도 모두 명절휴가비를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지난 1월 와의 [삶]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내용이다.

전쟁터의 장수가 병사들이 밥을 못 먹고 있는데 혼자 부하를 시켜 밥을 지어 먹는다면 그 군대는 백전백패다.

장수는 더운 여름에 혼자 부채를 잡지 말아야 하고, 추운 겨울에 자기만 따뜻한 털가죽 옷을 입어서도 안 된다. 비가 내리더라도 혼자만 우산을 펼쳐서는 안 된다. 병사들이 불을 지피지 못하고 있으면 장수도 불을 지피지 않아야 한다. 병사들이 좁고 험한 길을 행군하거나 진흙탕을 갈 때는 장수도 수레나 말에서 내려 함께 걸어야 한다.

이는 중국의 병법 고전인 '육도삼략'에 나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을 현대판 장수라고 보기 어렵지만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국민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다면 국민 대표의 자격이 상실된다.

보통의 국민은 상점에서 7만원짜리 운동화 한 켤레만 훔쳐도 구속되지만,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횡령, 뇌물 등 수억 원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매달 세비를 받는다. 보통의 국민은 구속되면 월급은커녕 바로 그날 직장에서 해고된다.

보통의 국민은 나랏돈으로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예약하고는 항공사로부터 퍼스트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된 좌석을 받는 일은 없다. 국민은 의원회관 내 병원을 공짜로 이용하고, 가족들도 무료로 진료받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런 혜택을 신분 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즐긴다.

국회의원들은 공식적인 세비 1억5천700만원을 포함한 사실상 연봉 5억원을 받지만 우리나라 1천만명 비정규직의 연봉은 2천만∼3천만원 정도다.

국회의원은 저마다 출판기념회를 열어 수억 원의 뇌물을 받는 일이 적지 않지만 보통의 국민은 이런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지 못한다.

이런 국회의원 특권은 180여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특권 폐지에 가장 앞장섰던 사람 중 1명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다. 근래에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였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가락특권폐지정당'이라는 이름으로 표를 얻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비례대표로 5명의 의원만 확보하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월 급여 4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비를 반납하고, 보좌진 9명 중에서 3명을 빼고 6명은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 다른 정당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고, 국회의원 특권이 사라지면 정치권에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올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법조계 특권, 고위 공직자 특권, 법조계와 대형 로펌의 유착, 경제 분야의 특권 등 다른 분야 특권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이다.

그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최근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면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장 원장 외에 [삶] 인터뷰이들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언급한 사람들이 꽤 있다.

김홍신 전 국회의원, 박찬종 전 국회의원,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등이다.

아래 내용은 그들이 [삶]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을 묶은 것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 사진]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 요약>

한국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막말해서 상대방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700만원을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인 중대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세비를 받는다.

한국 국회의원의 실질 연봉은 5억원이다. 세비 1억5천700만원 외에 의원 사무실 지원 경비로 1억원을 받는데, 그 절반은 승용차 유류비 등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후원금으로 매년 1억5천만원을 받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을 후원금으로 받는데도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받는다. 이러니 후원금은 의원의 개인 호주머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대통령 선거 등으로 3개년에 있으니 거의 매년 진행되는 셈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실질 연봉은 적어도 5억원은 된다.

지난 19대 이전 한국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지낸 사람은 65세 이후에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들은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에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 국민이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40년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현재 국민이 수령하는 국민연금 평균은 월 54만 원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다. 스웨덴에서 국회의원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거나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다른 시민들처럼 돈을 내야 한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1년에 두차례씩 나랏돈으로 호화판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작년 4월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재정 준칙' 제도를 배우겠다면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열흘간 다녀왔는데 9천만 원을 썼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비용만 5천500만 원이었다. 스페인에 가서는 "한국 재정 건전성이 스페인보다 훨씬 좋은데, 오히려 우리가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듣는 촌극(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면 '칙사' 대접을 받는다. 외국에 있는 한국 공관들은 자동차, 통역, 숙소 등을 구해주고 만찬과 오찬을 한 번씩 열어줘야 한다. ,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일본 국회의원 비서는 3명이다. 스웨덴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수행비서로, 운전기사로, 지역구 관리원으로 쓴다. 선거가 임박하면 보좌진 대부분을 지역구에 내려보내 자기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 이들 보좌진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어서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 규모의 호화판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3∼4평의 좁은 공간에 혼자 있으면서 직접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옷을 받아 걸어주며, 커피를 끓여준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검은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스웨덴에는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경조 행사를 통해서도 뇌물을 받는데, 이 또한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후보당 2억∼3억원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 행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웨덴 지방의원은 무급(無給·급여 없음)이어서 뇌물을 주고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한국의 거대 정당은 매년 수백억 원의 선거보조금과 경상 보조금을 국가로부터 받는 데, 구체적 사용 내용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선관위나 국회 사무처 등에 상세히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은 선거보조금으로 선거 때 수백억 원을 받고, 선거가 끝나면 지출 명세를 제출해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또 보전받는다. 이는 이중 지급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선관위가 몇차례 관련 법률 개정을 요청했지만, 매번 무시당했다.


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원장


[촬영 이다빈]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 편집자 주= 아래 내용은 올해 1월20일 송고한 [삶] 국회의원 나에게 세비 1억5천만원이 돈인가요…실질연봉 5억인데라는 제목의 장기표 원장 인터뷰 기사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 국회의원들이 받는 연간 1억5천700만원은 왜 연봉이 아니고, 세비인가.

▲ 세비라는 말 자체가 특권이다. 권위주의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지,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들어있다. 자기들은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과 달리 좀 더 고상한 세비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국회의원들의 세비 액수는 적정한가.

▲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회의원 직무 활동과 품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라고 한다. 그런데 한 달에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700만 원이나 되는 돈이 실비인가?. 이전에는 국회의원 연봉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기들 급여를 계속 끌어올려서 이런 액수가 됐다.

-- 그 연봉에는 설과 추석의 명절휴가비 414만 원씩 828만 원이 들어있는데.

▲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명절휴가비를 주는 셈인데, 왜 국민이 그렇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급여는 그걸 빼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 무슨 명절휴가비인가?. 명절은 국회의원만 쇠는 것이 아니다. 그럼, 모든 국민들에게도 모두 명절휴가비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 국회의원들의 실질 연봉은 5억 원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계산한 것인가.

▲ 먼저 세비가 1억5천700만 원이다. 사무실 경비로 나오는 연간 1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5천만 원 정도는 차량 유류비처럼 국회의원 개인에게 들어가는 돈이다. 국회의원들은 후원금으로 연간 1억5천만 원을 거둬들이되 대통령선거, 지자체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3개년도에는 매년 3억 원의 후원금 수입을 올린다. 선거비용은 나라에서 모두 보전해주기 때문에 후원금 자체가 개인의 수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거의 매년 5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공식적인 것만 계산한 것이다.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것까지 포함하면 국회의원의 실질적 수입은 5억원을 훨씬 웃돈다고 본다.

-- 한국 국회의원 연봉을 낮춰야 하나.

▲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니 국민의 평균소득 정도를 받으면 된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평균 월급이 378만원이었다. 올해는 좀 더 늘어났을 것이므로 400만 원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 국회의원은 왜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공짜로 이용하나.

▲ KTX 특실은 공간이 넓어 좋다. 문제는 의원실에서 갑자기 KTX 특실을 이용한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를 대비해 일정 비율로 비워놓는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표를 사고자 하면 매진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에게는 매진이라는 것이 없다. 비행기 비즈니스석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갑자기 비행기를 타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한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할 수는 없으니 미리 비워놓는 방식을 택한다. 물론, 막판까지 의원실에서 연락이 안 오면 대기자한테 좌석을 판매한다.


와 인터뷰 중인 김홍신 작가


[촬영 이은도]

◇ 작가 김홍신

[※ 편집자 주= 내용은 7월1일 송고한 [삶] '인간시장' 김홍신 "국회의원 연봉, 공무원 과장급 정도면 충분", 7월8일 송고한 [삶] '인간시장' 김홍신 "국회의원들 간신 되면 그 손주는 어찌 사나" 인터뷰 기사에 들어간 내용입니다.]

-- 본인은 의원 시절에 국회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는데.

▲ 국회의원이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국회의원 시절 8년간 한 번도 배지를 달아본 적이 없다. 15대와 16대 두 번 배지를 받았는데, 2개 모두 장애인 돕기 모금 행사에 내놨다. 국회의원 배지는 금덩어리가 아닌 금도금이어서 2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내 배지는 경매를 통해 각각 200만원에 팔렸다. 그 돈은 전액 장애인단체에 기부했다.

-- 국회의원 세비가 연간 1억5천700만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 국회는 국민대표자 회의를 줄인 말이다. 국민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니라 봉사직이다. 세비란 말도 국회의원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은 권위와 명예를 가지면 된다. 그러니 특권은 다 내려놓고, 세비도 대폭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 세비는 공직자의 평균 연봉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 공직자 평균 급여는 중앙부처 과장급 월급을 말하나.

▲ 국회의원 연봉은 중앙부처 과장급 연봉보다 많으면 안 된다. 그 이하가 돼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의 명예와 권위는 돈으로 치면 몇억원도 넘는다.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면책 특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100%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런 특권은 왕조 권력 같은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론 활동과 국민 정보가 활성화됐다. 기록의 보전과 정보화도 잘 돼 있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야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차린다. 면책 특권도 없애야 한다. 다만 국정감사 때 정부의 비리를 잡아내거나 예산결산 때의 단상 공개 발언 등 일부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 국회의원은 왜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공짜로 타고 다니고 공항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하는가.

▲ 내가 국회의원을 할 때는 새마을 열차표가 공짜였다. 비행기 일반석은 의원이 돈을 내고 구입하면 항공사가 비즈니스석으로 올려줬다. 상임위원장 등 높은 분들이 탑승하면 퍼스트 클래스로 다시 업그레이드 해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1997년 민주당 김홍신 의원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


1997년 7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건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 김홍신 의원이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를 하고 있다. [ 사진]

-- 항공사가 의원들에게 좌석 등급을 올려주는 이유는 뭔가

▲ 100% 뇌물이다. 그게 뇌물이 아니라면 일반 국민에게도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들은 마일리지를 쌓아야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KTX나 항공기의 일반석을 타서 시민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는 게 좋다. 나의 경우, 국회의원 시절에 시민들 옆에 앉아서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고, 그분들이 하소연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게 큰 공부다. 의원실에 돌아와서는 들었던 그 내용을 보좌진과 함께 검토해서 조사하고 정책으로 만드는 일도 꽤 있었다.

-- 의원들은 왜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 이발소, 사우나, 헬스장 등을 공짜로 이용하나. 국회의원 가족들도 의원 회관 내 병원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게 모두 국민 세금이다. 나는 그런 걸 없애려고 의원 시절에 많은 노력을 했다. 나는 한 번도 국회 사우나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국민이 국회의원의 이런 특권들을 빼앗아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지금부터 특권을 누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해야 한다. 세비 1억5천700만원이나 받으면서 그런 걸 공짜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

-- 국회의원들은 각각 헌법기관인데, 당 리더나 실세들에게 꼼짝을 못 하고, 팬덤들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 당 리더나 팬덤에 굴복하는 순간, 역사에서 뭐로 남는지 아는가?

-- 뭐로 남나?.

▲ 간신으로 남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간신의 보급소라는 비판을 받는다. 정당이 간신들을 전국의 지역에 할당해 배급한다는 비판도 있다.

-- 지금 말하는 간신은 어떤 사람을 말하나.

▲ 간신은 자기 소신에 따라 판단하지 못하고, 당론이나 당수, 당 실력자의 뜻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다. 옛날부터 무사는 칼에 죽고, 문사는 간언에 죽는다고 했다. 충신은 바른말을 하다 죽는 것이다.

-- 정치 팬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요즘 정치인들은 팬덤에도 굴복하는데, 팬덤은 정치를 파괴하는 무기다. 나는 이에 대한 반성과 반작용이 나타나면서 한국 정치가 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후배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국회의원은 국민 앞에만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역사를 인식하라.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간신인지 간언을 한 사람인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된다. 국회 속기록만 봐도 바로 들통이 난다.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면 버튼만 눌러도 어떤 국회의원이 무슨 행위를 했는지 바로 나온다. 그러니 국민이 준 권위와 권력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와 인터뷰 중인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교수


[촬영 김수지]

◇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편집자 주= 아래 내용은 올해 2월15일 송고한 [삶] "스웨덴 국회의원 보좌진 1명도 없고…지방의원은 월급도 없다", 2월22일 송고한 [삶] 국민 99%는 평생 못타볼걸요…난 항상 공짜로 이용하는데라는 제목의 최 교수 인터뷰 기사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 스웨덴에도 한국처럼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이 있는가.

▲ 그런 특권 조항은 없다. 의원들이 스캔들에 연루됐거나 기소가 되면 당연히 수사가 진행된다. 이때 국회 윤리위원회가 제적을 결정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불명예이고,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약속을 어긴 것이니 의원직을 그만둔다. 한국 국회의원들처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계속 국회에서 버티는 일은 없다.

-- 한국 국회의원 세비는 1억5천700만원이고, 개인적 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실질 연봉은 5억원이라고 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

▲ 한국 돈으로 월 900만원 정도, 연간으로 1억원가량이다. 스웨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달러로 한국의 두배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회에서는 중상위권 수준이다. 게다가 하루 8시간이 아닌 24시간 근무한다는 것을 전제로 책정한 것이어서 저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에게 연봉 외에 유류비 등 다른 지원금은 없다.

-- 스웨덴 국회의원은 몇 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나.

▲ 정책보좌관도, 비서도 아예 없다.

--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 9명을 두고 있는데, 이는 많다고 봐야 하나.

▲ 많은 정도가 아니다. 너무 과도하다. 스웨덴 의원지원법에는 의원 1명당 국고에서 지원하는 액수가 정해져 있다. 그 돈은 반드시 의원 보좌관을 고용하는 데 쓰지 않는다. 정당이 보좌관 고용보다는 입법 세미나에 돈을 쓰겠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처럼 상시로 보좌관이나 비서를 두지 않는다. 물론, 어떤 국회의원이 1∼2주 안에 3∼4개의 법안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면 1∼2명의 보좌진을 일시적으로 요청할 수는 있다.

-- 일반적으로 스웨덴 의원실에는 국회의원 혼자 있나.

▲ 사무실에 전화하면 국회의원이 직접 받는다. 방문하면 본인이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어주고, 커피도 직접 끓여 준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을 한번 만나려면 보좌관에게 연락해서 "의원님에게 시간이 있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그럼 3∼4일 후에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고, 아예 안 오는 경우도 많다. 스웨덴에서는 의원과 직접 통화해서 일정을 바로 잡으니 훨씬 효율적 정치가 이뤄진다.

-- 한국 의원실은 45평인데, 스웨덴 의원실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

▲ 스웨덴에도 의원실이 있는데, 3∼4평 정도로 아주 작다. 한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나는 연구를 위해 종종 스웨덴 국회의원실을 방문했는데, 가보면 책상과 의자, 탁자, 소파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일하다 피곤하면 쉬기 위해 침대를 갖다 놓는 경우도 있다.

--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 수행원이 없나.

▲ 스웨덴에서는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어디에 갈 때 수행하는 비서가 없다. 내가 3년 정도 한국에서 교환교수로 일한 적이 있다. 한양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등 3개 학교에 여름 강좌를 열어 리더십 강의를 했다. 그때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 20∼30명을 데리고 한국 국회에 가서 의원의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이때 의원 보좌진 4∼5명이 무더기로 들어와 앉아 있곤 했다. 학생들이 다녀온 후 수업 시간에 "뒤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누구이며, 왜 의원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궁금하다"라고 한다. 나는 국회의원이 과시하려 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 한국에서는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보좌진,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보좌진이 의원의 저녁 식사 장소까지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 나는 스웨덴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캠퍼스에서 강의하느라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보면 장관이 공항 내 의자에 혼자 앉아 노트북이나 서류를 보고 있다가 줄 서라고 하면 시민들과 함께 줄 서는 모습을 많이 봤다. 장관이라고 해서 맨 앞줄에 서거나 제일 먼저 비행기 안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스웨덴에서는 장관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이런 혜택을 누리지 않는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공항에서 귀빈실, 귀빈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그렇지 않은가.

▲ 스웨덴에서 그런 일은 없다. 만약에 귀빈실이라고 하는 VIP룸을 이용하고 싶으면 자기 돈을 내면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보통 시민도 돈을 내고 VIP룸을 이용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대학 게시판 앞에 서 있는 최연혁 교수


[최연혁 교수 제공]

--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비행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을 공짜로 이용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 의원지원법에 교통수단에 대한 조항이 있다.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신속성을 충족하라고 한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는 의원들이 많다. 그다음에 10㎞ 이내인 경우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 같은 먼 지역에 출장을 갔다가 갑자기 수도인 스톡홀롬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주문이 있다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때 비즈니스석은 안되고, 이코노미석만 가능하다. 저렴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조항 때문이다. 본인이 굳이 비즈니스석을 타고자 한다면 자기 돈을 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공짜는 없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의원회관 내 목욕탕, 헬스장, 이발소 등이 공짜이고 내과, 치과, 한의원 등은 가족까지 무료인데, 스웨덴은 어떤가.

▲ 스웨덴에서는 그런 시설이 아예 없다. 다만 샤워실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니 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샤워실은 국회뿐 아니라 스웨덴의 거의 모든 조직이 갖추고 있다. 내가 재직 중인 대학교에도 샤워실은 있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열어 뇌물성 돈을 받는데, 스웨덴 국회의원도 이런 행사를 개최하나.

▲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출판기념회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내가 보기에는 국회의원 활동 중에 가장 먼저 금지해야 할 것이 출판기념회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경조사를 통해서도 검은돈을 받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에서는 경조사에서 부조하는 문화가 없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그런 돈을 받지 않는다.

-- 한국 국회의원들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후보당 2억∼3억원을 받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어떤가.

▲ 스웨덴에서는 중앙의 국회의원이 그런 공천권을 갖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시민들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앙의 의원이 관여할 수 없고, 돈이 오고 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무급 봉사직이다. 그러니 뇌물을 주고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 스웨덴 지방 의원들은 월급을 안 받나.

▲ 고정적인 월급이 없다. 그래서 지방의원은 직업을 별도로 갖고 있다. 낮에는 자기 직장에서 생업을 위해 일을 하고, 밤이나 주말에 회의를 열어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물론 지방의회 관련 회의를 하면 교통비 등을 받지만 정기적인 급여는 없다. 지방의원 중에서도 상근직은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다. 이들은 전체 지방의원의 3% 정도다.


와 인터뷰 중인 박찬종 전 국회의원


[촬영 이다빈]

◇ 박찬종 변호사

[※ 편집자 주= 아래 내용은 작년 8월29일 송고한 [삶] 박찬종 "경상·전라도는 한국정치 낙후요인…창피하고 부끄럽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들어간 내용입니다.]

-- 정치인의 사명은 무엇인가.

▲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다. 특정인을 따라가고, 계보를 추종하며, 국회의원이 되려고 어느 쪽으로 몰려가는 것은 국회의원의 사명과 어긋난다.

-- 당 대표 또는 당내 실력자가 국회의원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구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 미국에서는 국민 공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뽑을 때 당원뿐 아니라 일반인이 소액의 돈을 내고 등록해서 후보 선정 투표에 참여한다. 이를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계파들은 사람들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당에서는 당 지도부나 실력자가 내리꽂는 전략공천이 대부분이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 의식 수준이 올라가야 하는데.

▲ 특정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도저히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찍지 말아야 한다. 1997년에 신한국당에서 내가 이회창과 대선후보 경쟁을 할 때 정치권은 야바위판이었다.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변한 게 없다.

-- 국회의원을 무보수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 무보수보다는 알맞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의원 1명에게 4년간 들어가는 돈은 60억원 정도다. 299명의 국회의원에게 1조8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들이 일을 잘하면 아깝지 않은데, 그렇지 않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 한국경제는 많이 성장했는데, 정치는 낙후된 이유는 무엇인가.

▲ 경상도와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는 쟁투,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세력들, 이로 인한 정당 독재 등이 핵심 문제다. 이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 이걸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

▲ 경상도와 전라도 유권자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천한 사람을 무조건 찍어주는 경향이 있다. 수도권에 사는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들도 그렇다. 그렇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후보가 국회의원감인지 아닌지는 판별하면 좋겠다.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