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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이다] "청주를 판교같은 게임업계 클러스터로"
기사 작성일 : 2024-08-25 08:01:16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한국영상대학교에서 특강 뒤 기념사진 찍는 모습


[엠피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 이성민 기자 = "저희의 도움으로 충북 게임업계가 판교처럼 발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지난 21일 청주시 내덕동 충북글로벌게임센터에서 만난 모바일 게임 개발 업체 ㈜엠피게임즈 대표 전성식(37)씨는 'IT 기업 불모지인 충북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게임 개발 15년 차인 전 대표는 2020년 청주시문화재단의 게임 업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판교에서 운영하던 인디게임 회사를 정리하고 청주에 있는 충북글로벌게임센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자신을 따라와 준 2명의 직원과 소수정예로 시작한 회사였지만, 창사 이듬해 타워디펜스형 게임을 출시해 대표적인 게임 예매 사이트에서 2위에 오르는 성적을 냈다.

지난해 11월엔 대만 시장에 RPG 게임을 출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수년간 상위권을 지켜온 '원신', '포켓몬고' 등을 제치고 단숨에 인기 게임 1위에 등극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엠피게임즈 수상 기록


[엠피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은 8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전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일궈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게임 개발 꿈나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청주시와 충북도의 게임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게임 개발 대회에 수년간 멘토로 참여하는가 하면, 대학교와 협약을 맺어 게임 개발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기도 한다.

2022년 청주시 게임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충북대 학생 3명으로 이뤄진 팀을 두 달간 지도해 좌절 위기에 처했던 프로젝트를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도왔다.

이 팀은 당시 수익에 힘입어 이제는 직원 8명을 둔 건실한 사업체로 성장해 엠피게임즈와 같은 충북글로벌게임센터에 자리 잡고 있다.

전 대표는 "당시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했고, 그 친구들은 지금도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사무실을 찾아온다"면서 "사실은 엠피게임즈가 지역에 새로운 게임 업체 하나를 만든 셈"이라며 웃음 지었다.

사실상 경쟁업체가 하나 늘어난 셈이지만, 전 대표는 게임업계는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업계는 워낙에 시장이 크기 때문에 다른 곳이 잘된다고 해서 저희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지역에선 서로 도와야 한다. 수준 있는 기업들이 지역에 많아져야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충북글로벌게임센터


[촬영 이성민]

전 대표가 수도권에서 청주로 내려오게 된 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2020년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맞닥뜨리면서였다.

회사가 개발한 게임이 그해 경기도 최대 게임 전시회 '플레이 엑스포'의 단독 표지 모델로 선정됐지만, 엑스포가 취소되면서 해외 바이어들과의 만남이 취소되는 등 준비해왔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설상가상 업무 공간이자 정보 교류의 장이었던 혁신센터는 아예 출입이 금지돼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그러나 때마침 발견한 충북글로벌게임센터 입주 회사 모집공고는 재기의 기회가 됐다.

전 대표는 "입주 비용과 게임 테스트, 제작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저희로서는 다시 시작할 좋은 기회였다"면서 "그동안 주력했던 인디게임 대신 상업게임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회사 규모도 키워보자는 포부를 안고 새로운 주식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쌓은 경험치가 있었기 때문에 내려와서도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오히려 우리가 이곳의 게임업계를 발전시키고 견인해보자는 결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업하는 전 대표


[이성민 촬영]

최근 전 대표는 '경기 게임 오디션'에서 'TOP 10'에 들었던 게임을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야심 차게 준비하는 등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청주에 왔던 2020년 당시의 다짐대로 지역 게임업계를 견인해보겠다는 마음에도 흔들림이 없다.

"청년 꿈나무들을 길러내고, 다른 이들의 게임 회사 설립도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어요. 저희의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언젠간 청주가 충북과 충남, 대전을 아우르는 충청권 게임 클러스터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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