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강종구]

(부천= 김상연 기자 = 부천 호텔 건물 7층에서 불이 나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숨지자 객실 내 '완강기'를 통한 대피가 이뤄졌다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발화지점인 810호(7층) 객실에서 처음 연기가 복도 쪽으로 새어 나온 시각은 오후 7시 37분이다.

이후 810호 객실에서 시작된 뿌연 연기가 1분 23초 만에 호텔 7층 복도를 뒤덮는 바람에 다른 투숙객들은 1층으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었다.

결국 802호 2명, 803호 2명, 807호 2명, 902호 1명 등 7∼8층 투숙객 7명이 숨졌다.

특히 807호 투숙객 2명은 창문을 통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모두 숨졌다.

호텔 객실에는 피난 기구인 간이 완강기가 구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화재 당시 완강기를 통해 탈출하거나 대피를 시도한 투숙객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5층 이상 건물에서 대피할 경우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것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공식 피난 기구로 분류되는 완강기 사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완강기는 사용자의 몸무게에 따라 자동으로 높은 층에서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진 비상용 장비로서 제대로 활용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행법상 완강기는 모든 건축물의 3∼10층에 층마다 설치해야 하며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일반 완강기나 2개 이상의 간이완강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사용 절차는 지지대 고리에 완강기 고리를 걸어 잠근 뒤 줄이 감긴 릴을 창밖으로 던지고 가슴 부위에 벨트를 착용하면 끝난다. 이후 창밖으로 이동해 벽을 짚으며 내려가면 된다.

반면 에어매트의 경우 5층부터 20층까지 여러 층형의 에어매트 중 '높이 15ｍ의 5층형' 에어매트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소방 장비로 인증받고 있다.

이 높이를 넘어가면 에어매트가 피난 장비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탓인데 부천 호텔 화재 때 설치된 10층형 모델 역시 인증받지 못한 장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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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에어매트는 최후에 사용하는 보조적인 피난 장비일 뿐 안전성이 확보된 게 아니다"라며 "30초∼1분 사이에 완강기를 이용하도록 숙달할 경우 훨씬 큰 대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완강기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비상용 장비이기 때문에 평소 교육을 통해 신속하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완강기 이용 방법은 소방이나 교육 당국 등이 지역별로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에서 직접 배울 수 있다.

만약 대피할 방법이 없어 에어매트로 뛰어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공기가 알맞게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방 당국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낙하해야 한다.

이때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머리를 감싼 채로 'ㄴ'자 자세를 만든 뒤 에어매트 중앙부에 엉덩이부터 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2명이 동시에 뛰어내릴 경우 빈틈을 최소화한 채로 서로 껴안고 낙하해야 하며 1명씩 뛰어내릴 때는 소방대원의 지시를 따라 충분한 시차를 둘 필요가 있다.

(세종= 배재만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년 찾아가는 안전체험교실을 찾은 어린이들이 완강기 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2024.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