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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취임 100일…'더 높아진' 양안관계 파고에 앞길 '험로'
기사 작성일 : 2024-08-26 15:00:56

라이칭더 대만 총통


[EPA= 자료사진]

(베이징= 정성조 특파원 =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오는 오는 2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 총통은 올해 1월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40.05%의 득표율로 '친중' 성향으로 평가되는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득표율 33.49%)를 제치고 당선됐다.

1996년 대만 직선제 도입 후 최초로 한 정당이 3연속 집권에 성공한 것이긴 하지만, 라이 총통 득표율은 전임 차이잉원 전 총통의 앞선 두 차례 대선 득표율(2016년 56.12%·2020년 57.13%)에 크게 못 미친 데다 입법원(의회) 제1당 지위마저 국민당에 내준 '절반의 승리'였다.

취임 3개월간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 격화 속에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역시 더 험악해지면서 라이 총통은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여소야대' 구도 속 국정 주도권을 상실한 점도 라이 총통에게는 양안 관계 대응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아픈 부분이다.


카우보이 모자 쓴 라이칭더 대만 총통


(타이베이 AP= 라이칭더 대만 총통(오른쪽)이 지난 5월 27일 타이베이에서 마이클 매콜(공화당)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다. 미국 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매콜 위원장은 이날 라이 총통과 만나 지역 안보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총통부 제공] 2024.05.27

◇ "대만-중국 불예속" 취임 일성에 더 얼어붙은 양안 관계…평가 '극과 극'

라이 총통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不卑不亢),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차이 전 총통보다 더 강한 '독립' 성향으로 분류돼온 그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현상유지'에 방점을 찍었지만, 중국과 국민당은 라이 총통이 '국가 간 상호 불예속'이라는 논리로 사실상 '독립'을 주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상 라이 총통은 취임 직후부터 대(對)중국 강경파인 우젠셰를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에, 구리슝을 국방부장에 각각 임명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지속 밀착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등 중국과의 대화·교류보다는 대결·견제에 방점을 찍었다.

양안 관계는 한층 더 험악해졌다.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사흘 만에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며 라이 총통을 압박했다.

라이 총통은 미국 하원 대표단을 만나 무기 지원 등 지지 입장을 거듭 확인받았으나, 중국은 일주일 뒤 대만산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 추가 중단이라는 '경제 공세' 카드도 꺼내 들었다.

중국은 민진당을 배제한 채 마잉주 전 총통 등 국민당 인사들과의 직접 교류에 치중하는 한편 12곳 남은 대만 수교국을 더 빼앗아 오겠다는 외교적 고립 전략을 공공연하게 추진하고 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의 강점인 반도체를 무기로 삼아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 서고 서방 진영과 손잡는 민주주의 공급망을 만들겠다면서 중국 위협에 '민주주의 우산'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끝 모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좀처럼 해법을 못 찾는 가자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당해 라이 총통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대만 주요 매체들의 '라이칭더 100일'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親)국민당 성향 일간지 연합보는 중국의 강경한 비난 입장과 위협 행동 증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워싱턴DC 학자들조차 대만해협 위기가 임박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썼다.

반면 친민진당 성향 자유시보는 라이 총통이 취임 후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50여개 국제 대표단을 만나 지난 정부들의 행동반경을 크게 앞섰다는 데 주목하며 '민주주의 보호 우산'을 형성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쩡웨이펑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라이 총통 재임 기간 양안 교류는 기껏해야 대륙(중국) 학생의 대만 방문이나 관광객 개방 같은 수준일 것"이라며 "정치적 교류나 공식적 교류로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총통견제법' 놓고 다투는 대만 입법위원들


[EPA= 자료사진]

◇ '여소야대'에 국정 주도권 상실…'양안관계' 대응 힘 못 받을 수도

민진당은 1월 선거에서 입법원 전체 113석 중 5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제1야당 국민당은 총선에서 52석을 확보했고, 제2야당 민중당이 8석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여소야대 구도다.

이 때문에 라이 총통이 내세운 의제는 상당 부분 의회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대만 여야 대립은 5월 입법원·입법위원(의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의회개혁법(일명 총통견제법) 통과로 폭발했다.

그간 선택사항이던 총통의 의회 국정연설을 의무화하고 총통이 의원 질문에 답변토록 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독권을 높이는 법안이 통과되자 민진당은 장외 투쟁에 나서며 헌법소송까지 제기했다.

대만 내에선 입법부발(發) 대립이 계속되는 한 라이 총통의 양안 관계 대응에도 힘이 실리지 못하는 등 임기 동안 '험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중민 전 대만대학 교장은 "(라이 총통의) 강경한 입장에 일리가 있고 열의가 넘치는 것이 도리어 대만 사회를 더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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