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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갈등만 남긴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3개월 만에 실패
기사 작성일 : 2024-08-27 19:00:30

지난 6월 4일 대구·경북 통합 논의 관계기관 간담회


[ 자료 사진]

(안동= 이승형 기자 = 1995년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 논의가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에 발목을 잡혀 결국 무산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한을 정해놓고 속도전에 들어갔으나 3개월여만에 상처와 갈등만 남긴 채 파국을 맞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대구·경북 통합논의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다. 최종시한이 내일까지이지만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며 "더 이상 통합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 게 대구·경북의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적었다.

앞서 홍 시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오는 28일까지 대구시가 제시한 통합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이 지사는 현재 쟁점인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를 9월 말까지 결론 내자고 이날 역제안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2019년 추진됐다가 무산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난 5월 17일 홍 시장이 전격 제안하고 이 지사가 화답하면서 재추진됐다.

시도는 시장과 도지사가 행정통합에 공감하자 곧바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두 단체장이 통합이라는 큰 그림에 의견을 모은 데다, 미래지향적 행정구역 개편을 준비해온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통합 작업은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이어 지난 6월 4일에는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등 4개 관계기관장이 전격 회동을 갖고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시와 도는 각각의 통합안을 마련,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의를 계속해왔다.

한때 통합안은 전격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으나 막판까지 시군 권한과 통합 청사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대구시는 대구와 안동, 포항 등 3곳에 대구광역특별시 청사 설치 방안을 제시했고 경북도는 현행대로 대구와 안동에 두는 안을 고수했다.

기초지자체 권한과 관련해서도 대구시는 시군 사무 권한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북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맞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대구와 경북 행정통합은 앞서 2019년에도 추진됐다가 공감대 형성 부족 등으로 2021년 중단됐다.

당시 통합체제 출범 시한을 못 박아두고 시·도민 공감대를 외면한 채 시간에 쫓겨 급히 추진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통합 추진 과정도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내다가 결국 과거 전철을 밟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제349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일수 도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시도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순식간에 후딱 해치워 버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형식 도의원도 "시도민 없이 두 단체장만의 대화로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만을 목표로 마치 속도전 하듯 졸속으로 추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와 시장 간 엇박자로 행정력은 낭비되고 있고 결국 도민들은 행정통합이라는 대의보다는 두 단체장의 정치적 전략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단체장 간 일방적 통합이 결국 무산될 경우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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